[지오의 생각] 권력의 호위를 받은 손, 누군가의 기억을 깨부수다

점령지 서안지구 마다마 마을의 돌기념비를 향해 해머가 내리쳐졌다. 이스라엘 의회의 극우 의원 즈비 수콧은 이스라엘군의 호위를 받은 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영상 속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런 것은 그냥 둘 수 없다. 테러를 미화하는 곳은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 그가 부순 것은 1968년 카라메 전투와 두 차례 인티파다에서 목숨을 잃은 팔레스타인인들을 기리기 위해 2008년에 세워진 추모비였다. 이 장면은 그 자체로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누군가의 추모비가, 다른 누군가에게는 '테러 미화물'로 읽힌다는 사실 말이다. 마을회의 의장 라미 나사르는 이 기념비가 정치 성향을 가리지 않고 이스라엘과의 충돌에서 희생된 이들을 기리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돌을 두고 한쪽은 기억의 표식이라고 부르고, 다른 쪽은 지워야 할 선전물이라고 부른다. 기억과 선동, 애도와 선전은 그 경계가 언제나 흐릿하다. 그러나 그 경계를 가르는 권력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쥐고 있느냐는 결코 흐릿하지 않다. 이번 사건의 반응은 이스라엘 안팎을 가로질러 나왔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실은 "특히 공인에 의한 사적 제재(사적 사법)는 이스라엘군이 테러와 폭력 선동에 맞서는 임무에 집중하는 것을 막는 비난받아 마땅한 행위"라는 성명을 냈다. 총선에서 맞붙는 경쟁자인 가디 아이젠코트는 더 강하게 비판하며, 네타냐후가 "즐비 수콧 같은 무정부주의자들이 제멋대로 하도록 방치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수콧이 속한 종교시오니즘당의 수장인 베잘렐 스모트리흐 재무장관은 좌파 야당이 '테러 그 자체보다 수콧을 규탄하는 데 급급하다'고 반박했다. 같은 진영 안에서조차 서로 다른 프레임이 충돌하는 것이다. 흥미로운 지점은 이스라엘군의 입장이다. 군은 수콧 일행을 위한 기념비 순회를 승인하고 경호를 제공했다고 밝히면서도, 그들이 "기만적으로, 허가 없이 행동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군인들이 수콧을...

2026년 08월 27일 해외 뉴스 요약

1. 플라비오 보우소나루, 대통령 당선 시 '부채 한도제' 도입 추진 원문 제목: Brazil’s Flavio Bolsonaro to institute debt ceiling if elected president 출처: Al Jazeera 원문 링크: 새 탭에서 보기 요약: 플라비오 보우소나루 상원의원의 경제 고문인 아돌포 삭시다 씨는 보우소나루 후보가 오는 10월 브라질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공공부채 한도제를 도입하겠다고 수요일에 발표했습니다. 이번 조치는 정부 지출을 억제하고 국가의 재정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풀이됩니다. 현재 보우소나루 후보는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시우바 현 대통령과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양측이 재정 지속 가능성을 두고 논쟁을 벌이고 있는 만큼, 경제 문제가 이번 대선의 결정적인 변수가 될 전망입니다. 2. 크렘린궁 "CIA 국장, 모스크바서 러시아 정보기관 수장들과 회담 원문 제목: The Kremlin says the CIA director held talks in Moscow with his intelligence counterparts 출처: AP News 원문 링크: 새 탭에서 보기 요약: 존 랫클리프 CIA 국장이 화요일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해 러시아 정보 당국자들과 이례적인 비밀 회담을 가졌습니다. 이번 회담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양국 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 이뤄졌으며, 트럼프 대통령과 크렘린궁은 방문의 의미를 축소해 발표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대표단의 안전을 위해 우크라이나 측에 모스크바 등 일부 북부 지역에 대한 공격을 일시 중단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크렘린궁은 양국 간의 심각한 위기 속에서도 이번 정보 당국 간의 접촉이 긍정적인 과정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3. 심장과 희망, 강철 같은 의지: 돌리 파튼이 남긴 음악적 유산 원문 제목: Heart, hope and a steely determination: Dolly P...

[지오의 생각] 좁은 물길 위의 두 나라 — 호르무즈 해협, 누가 그 길을 지키는가

테헤란의 회담장에서 두 외무장관이 마주 앉았을 때, 그들이 다루는 것은 국경도, 영토도 아닌 한 줄기의 물길이었다. 이란의 아바스 아라그치와 오만의 바드르 알부사이드. 이란 전쟁이 시작된 지 거의 여섯 달, 세계 석유와 액화가스의 약 5분의 1이 지나가던 호르무즈 해협은 그동안 사실상 닫혀 있었다. 그리고 그 좁은 물길을 다시 여는 일이, 이제 두 나라의 손에 맡겨졌다. 이번 회담의 결과물은 '공동 임시 항행 통로'의 구축과 해협 내 기뢰 제거를 위한 공동 노력이었다. 이란 차관 카젬 가리바바디는 임시 항로에 대한 양측의 이해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페르시아만으로 들어오는 항로는 이란 영해를 통과하고, 나가는 항로는 이란과 오만의 영해를 나눠 지나는 방식이다. 이후 기술 협상을 거쳐 영구 항행 통로와 해협의 미래 관리 협약을 맺는다는 계획이다. 이 장면을 단순한 '재개방 합의'로 읽는 것은 절반만 맞다. 더 정확히는, 이란과 오만이 그 물길의 관리권을 두고 벌어지는 더 큰 줄다리기에서 한 발을 내디딘 것이다. 이란은 미국이 파기한 종전 양해각서(MOU)의 복원 없이는 해협을 열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정작 협상 상대는 미국이 아니라 '이웃 국가'와 풀겠다고 선을 그었다. 오만은 그 이웃으로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흐트러진 글로벌 무역을 되살리기 위해 자발적 분담금 기반의 지역 공동 메커니즘을 제안했다. 두 나라의 이해관계는 겹치면서도 어긋난다. 이 협상의 배경에는 더 큰 긴장이 깔려 있다. 미국은 이란 항구에 대한 해상 봉쇄를 재개한 상태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의 기뢰가 모두 제거됐다며 재설치 시 무관용을 선언했다. 심지어 해협을 '미국 영토'로 선포하겠다는 발언까지 나왔다. 한쪽은 세계 에너지의 생명줄을 지키겠다는 명분으로, 다른 쪽은 자국의 주권과 안보라는 명분으로, 같은 물길을 두고 서로 다른 언어로 말하고 있다. 나는 이 이란-오만의 양자...

2026년 08월 26일 해외 뉴스 요약

1. 나이지리아 모스크 납치 사건, 수백 명 인질 영상 공개 원문 제목: Video shows hundreds held captive after Nigeria mosque kidnapping 출처: The Guardian 원문 링크: 새 탭에서 보기 요약: 지난 금요일 나이지리아 니제르주의 한 모스크와 인근 마을에서 무장 단체가 여성과 어린이, 노인 등 약 600명을 납치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납치범들은 가족들이 피해자를 식별할 수 있도록 숲속에 갇힌 이들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공개했으며, 주민들은 영상 속 인물 중 일부의 신원을 확인했습니다. 최근 나이지리아 중북부 지역에서는 거액의 몸값을 노리고 마을을 습격하는 갱단들의 집단 납치 범죄가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2. 아이티 수도 인근 갱단 습격, 최소 47명 사망 및 수십 명 납치 원문 제목: At least 47 killed and dozens kidnapped in gang attack near Haiti capital 출처: The Guardian 원문 링크: 새 탭에서 보기 요약: 갱단 지도자 이조 2가 이끄는 무장 괴한들이 지난 주말 아이티 수도 인근 켄스코프 지역을 공격해 최소 47명이 숨지고 50여 명이 납치됐습니다. 이조 2는 당국이 무력이나 드론을 동원해 지역을 확보할 경우 인질들을 살해하겠다고 협박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공격이 경찰력을 분산시키고 정부의 치안 개선 주장을 무력화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오는 12월 13일 10여 년 만에 치러지는 총선을 앞두고 국가 권력에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됩니다. 3. 컨트리 음악의 전설 돌리 파튼, 향년 80세로 별세 원문 제목: Dolly Parton, country music icon and legendary philanthropist, dies aged 80 출처: BBC World 원문 링크: 새 탭에서 보기 요약: 성소수자 권익 단체 글래드(GLAAD)가...

[지오의 생각] 왕관을 내려놓지 않는 이유 — 89세 하랄 5세의 병상과 노르웨이 왕실

오슬로 국립대학병원의 한 병실. 유럽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군주, 노르웨이의 하랄 5세가 그곳에 누워 있다. 왕실이 밝힌 진단명은 혈액 속 세균 감염이었다. 89세의 국왕은 이미 희귀 혈액 질환인 용혈성 빈혈을 앓고 있었고, 이달 들어 항생제 치료를 받으며 입원해 있었다. 병세는 주말 사이 더 나빠졌다. 왕실은 치료에 반응을 보이고 상태는 안정적이라고 다독였지만, 하랄 5세는 당분간 왕실 업무를 접고 오슬로 대학병원에 머문다. 그동안 아들 호콘 왕세자가 섭정으로 왕위의 빈자리를 메운다. 왕실은 수장의 빈자리가 초라해 보이지 않도록 노력했을 것이다. 아내 소냐 왕비와 아들 호콘, 며느리 메테마리트 왕세자빈이 일제히 병원을 찾았다는 소식이 함께 전해졌다. 그러나 그 병상의 한쪽에 놓인 사진들을 들여다보면, 이번 입원은 한 노인의 개인적 위기 이상의 무엇을 말해준다. 지난해 말레이시아에서 휴가를 보내다 심장박동기 이식 수술을 받았고, 올해 2월에는 스페인령 카나리아 제도에서 피부 감염과 탈수로 다시 병원 신세를 졌다. 공식적인 일정 축소를 발표한 지도 벌써 2년이 지났다. 89세, 재위 35년째인 그가 스스로 왕좌를 내려놓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하랄은 오랜 건강 문제를 겪으면서도 왕위를 내려놓지 않았다. 왕실과 언론은 그 이유를 "의회에 한 평생 서약"에서 찾는다. 한 장면으로 보면, 그 충성심은 오래된 시민의 영웅 같아서 감동적이다. 그런데 같은 초점을 조금만 옮겨보면, 궁중의 아픈 축은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올해 노르웨이 왕실은 국왕이 아닌 구성원들을 통해 위기를 겪었다. 여름에 그가 왕세자빈인 메테마리트가 폐섬유증으로 폐 이식 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6월에는 그녀의 아들 마리우스가 성범죄 등 30여 건의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메테마리트는 과거 미국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과의 친분을 시인하며 사과했다. 국왕은 병상에서 왕실의 이미지와 미래를 함께 잡고 있는 것이다. 나는 여기서 한 가지 아이러니를 지적하고 싶다. ...

2026년 08월 25일 해외 뉴스 요약

1. 미 대법원, 우편 투표 두고 트럼프 정부 손 들어줘 원문 제목: US Supreme Court sides with Trump administration on mail voting 출처: Al Jazeera 원문 링크: 새 탭에서 보기 요약: 미국 연방대법원은 지난 월요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우편 투표 제한 행정명령 집행이 가능하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지난 3월 서명된 이 명령은 부정 투표 방지를 위해 검증된 유권자에게만 투표용지를 배달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23개 주와 워싱턴 DC의 민주당 관계자들은 주 정부의 권한 침해와 중간선거 혼란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으나 기각되었습니다. 보수 성향의 대법관 다수가 이번 결정을 지지함에 따라 행정명령의 길이 열렸지만, 추가적인 법적 공방으로 실제 시행은 지연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2. 제프리스-쿠슈너 회동, 격전의 미 중간선거 속 추측 무성 원문 제목: Jeffries-Kushner meeting sparks speculation amid contentious US midterms 출처: Al Jazeera 원문 링크: 새 탭에서 보기 요약: 하킴 제프리스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고문인 재러드 쿠슈너와 비공개 회동을 갖고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이번 회동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국에서 진행되었으며, 이민과 주거 문제, 생계비 위기 등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습니다. 백악관 측은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 지위를 되찾을 경우에 대비해 실무 관계를 구축하고자 이번 접촉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쿠슈너 고문은 추가 회동을 제안했으나, 제프리스 대표는 공화당 정부가 국민을 위해 극단적인 접근 방식을 버려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3. 미국행 비행기 하차 거부한 추방자들, 적도 기니로 강제 송환 원문 제목: Deportees who refused to exit a US flight in Liberia are sent ...

[지오의 생각] 경쟁하는 국경이 사라진 '우리가'의 끝 — 카니가 고른 전쟁

아이스하키 스틱과 의료용 혀 누름개, 와인과 시멘트, 유제품과 옷. 스물 개국 사이를 오가던 일상적인 물건들이, 어느 토요일 새벽 4시 GMT를 기해 한꺼번에 다른 이름을 갖게 됐다. 미국이 캐나다산 약 200억 달러어치 상품에 50퍼센트 관세를 부과한 것이다. 캐나다 총리의 반응은 단순했다. "동일한 규모로 맞대응하겠다." 그리고 9월 8일부터, 철강과 유제품과 전자제품에 대한 보복이 시작된다. 이 소식을 전하는 헤드라인들이 한결같이 카니를 '전쟁 선언'을 한 지도자로 그린다. 캐나다 언론은 그의 발언을 인용하며 "전쟁 상태라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이 장면을 한 줄로 요약하는 것은 어색하다. 동맹이 서로에게 관세를 부과하는 일 자체가 이미 평화의 언어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전쟁은 진정 시작된 지 오래였다. 다만 그동안은 화약이 훈기가 아니라 협상이라는 외피 속에 감춰져 있었을 뿐이다. 마크 카니는 오늘의 사태를 예감하고 있었다. 지난 1월 다보스 포럼에서 그는 "이것은 전이(轉移)가 아니라 파열(rupture)"이라고 선언하며, 중견국들이 경제적 강압에 굴복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경고가 이제 현실이 되었다. 협상은 금요일 밤, 막판에 와서 깨졌다. 양측은 서로가 마지막 순간 조건을 바꿨다고 비난한다. 그러나 카니가 문제 삼은 것은 관세율 자체보다 더 근본적인 것이었다. 미국 측이 제안한 막판 조건에는 캐나다산 차량에 대한 관세 완화 축소, 그리고 무엇보다 캐나다가 다른 나라와 무역협정을 체결하는 것을 제한하는 조항 이 포함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브리티시컬럼비아 주 총리 데이비드 에비는 그 조건을 받아들이는 것은 캐나다를 "제 51번째 주의 경제적 동격자"로 격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카니는 이를 "주권의 문제"라고 규정했다. 여기서 이 사건이 단순한 무역 분쟁이 아니라 어떤 절을 촉발하는 사건임이 드러난다. 트럼프는 반복적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