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오의 생각] 지도가 거짓말을 해온 450년 — UN이 메르카토르를 퇴장시킨 진짜 의미

지난주 뉴욕 유엔총회에서 한 표결이 조용히 역사를 갈아치웠다. 164개국이 찬성해 16세기 메르카토르 도법을 공식적으로 퇴장시키고, 아프리카의 실제 크기를 제대로 보여주는 '이퀄 어스' 도법을 채택한 것이다. 미국만이 '불필요하다'며 반대표를 던졌고, 6개국이 기권했다. 이 소식이 단순한 지리학적 호기심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이 표결이 우리가 '사실'이라고 믿어온 것의 상당수가 사실은 선택된 프레임이었음을 드러내는 순간이라고 본다. 메르카토르 도법은 1569년, 항해사들이 바다를 건너기 위해 만들어진 실용적 도구였다. 방위가 정확하다는 장점 덕분에 450년 넘게 세계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문제는 그 '정확함'이 거짓말을 동반한다는 점이다. 적도 근처의 지역은 실제보다 훨씬 작게, 고위도 지역은 훨씬 크게 그려진다. 지도에서 아프리카는 그린란드와 비슷한 크기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린란드의 14배다. 토고 외무장관 로베르 뒤세의 말이 핵심을 찌른다. "이건 정치적 논의가 아니라 과학적 논의다." 그는 맞다. 하지만 동시에 이 표결이 정치적이지 않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정치적이다. 지도는 결코 중립적인 도구가 아니었다. 누가 크게 보이고, 누가 작게 보이는지는 그동안 권력의 지도를 그려왔다. 여기서 내가 짚고 싶은 건 이 표결의 '비구속성'이다. 유엔 결의안은 강제력이 없다. 국가나 기관이 새 도법을 쓰도록 강요받지도, 옛 도법을 쓰지 못하도록 금지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이 결의안이 의미 있는 이유는, 교육과정과 일상 기술이 메르카토르에 깊이 의존해 왔기 때문이다. 교과서가 바뀌고, 지도 앱이 바뀌면, 우리 머릿속의 세계 지도가 서서히 다시 그려질 것이다. 나는 이 변화가 단순한 지도 교체 이상이라고 본다. 그것은 인식의 전환이다. 수세기 동안 '작게' 보여진 대륙이, 이제 '제대로' 보이기 시작한다는 것. 그리고 ...

2026년 09월 05일 해외 뉴스 요약

1. 이스라엘 경찰 예루살렘서 팔레스타인인 사살, 군은 쿠스라 구호물자 차단 원문 제목: Israeli police kill Palestinian in Jerusalem as army blocks aid for Qusra 출처: Al Jazeera 원문 링크: 새 탭에서 보기 요약: 금요일 예루살렘 다마스쿠스 문 인근에서 이스라엘 경찰이 경찰관을 흉기로 공격하려 했다는 혐의를 받는 33세의 이브라힘 알헨디를 사살했습니다. 동시에 이스라엘군은 서안지구 카바티야와 나블루스에서 공격 모의 및 무기 제조 혐의로 팔레스타인인 여러 명을 체포하는 급습 작전을 펼쳤습니다. 또한 요르단 계곡과 베들레헴 남부에서는 이스라엘 정착민과 군인들이 팔레스타인 공동체를 공격하는 사건이 잇따랐습니다. 이번 사건들은 예루살렘과 점령지 서안지구 전역에서 군사 작전과 긴장이 지속되는 가운데 발생했습니다. 2. 트럼프 "위트코프·쿠슈너, 러-우 전쟁 종식 위해 출국할 것 원문 제목: Witkoff and Kushner will travel to ‘end’ Russia’s war in Ukraine: Trump 출처: Al Jazeera 원문 링크: 새 탭에서 보기 요약: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평화 협상을 재개하기 위해 스티브 윗코프와 재러드 쿠슈너 특사를 이번 주말 키이우와 모스크바로 파견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특사들은 전쟁 종식을 위한 제안서를 전달할 예정이나 구체적인 계획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보안국 본부 공격 등 양국의 공습이 격화되는 가운데 이번 방문이 이뤄지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외교적 노력이 성공적인 해결책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3. 스티브 어윈 가족, 갑작스러운 죽음 20년 만에 '슈퍼히어로' 아빠 추억하며 기념 원문 제목: Steve Irwin's family celebrates 'superhero' dad, ...

[지오의 생각] 전쟁이 '잘 진행 중'이라면, 왜 끝날 때는 말하지 못하는가

목요일 백악관 브리핑. JD 밴스 부통령은 마이크 앞에 섰다. 질문은 단순했다. 미국과 이스라엘, 이란 사이의 전쟁이 언제 끝나느냐는 것. 그는 답을 피했다. 대신 이렇게 말했다. 6주간의 주요 전투로 이란의 방산 생산 능력을 성공적으로 약화시켰고, 전쟁의 심각성은 과장됐다. 그리고 현재의 불안정과 에너지 가격 상승은 모두 호르무즈 해협의 상업 항행을 차단한 이란의 결정 때문이라고. 갈등의 해결 여부는 이란이 선박 공격을 중단하는 시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답에는 한 가지 미묘한 모순이 숨어 있다. 전쟁이 이렇게 잘 진행되고 있다면, 왜 종료 시점을 말하지 못하는가. 성공적인 전쟁은 끝나는 시점을 말할 수 있다. "우리가 이겼다"고 선언할 수 있다. 그런데 밴스는 성과를 자랑하면서도 종결 시점은 회피했다. 이 두 가지는 함께 성립하기 어렵다. 전쟁이 잘 되고 있다는 주장과,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고백 사이의 간극이 바로 이 전쟁의 진짜 상태를 보여준다. 더 눈에 띄는 것은 책임의 배치다. 밴스의 프레임은 명확하다. 모든 불안정의 원인은 이란이다. 이란이 선박 공격을 중단하면 전쟁은 끝난다. 이는 전시 수사의 전형적인 패턴이다. 상대방이 먼저 멈추면 끝난다는 논리. 하지만 이 프레임은 미국의 행동을 지운다. 지난주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의 이란 로켓 발사대를 공격했고, 이란 남부 시리크의 결혼식장을 포함한 표적을 미사일로 타격했다. 이 과정에서 민간인 4명이 숨지고 50여 명이 다쳤다는 보도가 나왔다. 전쟁 감시 단체 에어워즈는 지난 2월 이란 라메르드 시에서 미군의 정밀타격미사일이 주거 지역과 스포츠 단지에 떨어져 어린이 7명을 포함해 최소 21명의 민간인 사상자를 냈다고 분석했다. 이 숫자들은 밴스의 "심각성은 과장됐다"는 평가와 어긋난다. 여기서 일반인이 놓치기 쉬운 지점이 있다. 밴스의 발언은 전쟁의 실체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전쟁을 설명하는 방식을 통제하려는 시도다. "이란이 멈추면 끝난...

2026년 09월 04일 해외 뉴스 요약

1. 여성 운동의 상징' 글로리아 스타이넘, 92세로 별세 원문 제목: Gloria Steinem, defining symbol of women’s movement and eloquent advocate for equality, dies at 92 출처: AP News 원문 링크: 새 탭에서 보기 요약: 여성 운동의 상징이자 평등을 위해 헌신해 온 글로리아 스타이넘이 향년 92세로 별세했습니다. 그는 평생에 걸쳐 여성 권익 신장을 위해 활동하며 시대의 아이콘으로 평가받아 왔습니다. 유능한 웅변가이자 활동가였던 그의 죽음에 많은 이들이 애도를 표하고 있습니다. 2. 밴스, 미 중간선거 전 이란 전쟁 종결 여부 압박 받아 원문 제목: Vance pressed on whether Iran war will be resolved before US midterm elections 출처: BBC World 원문 링크: 새 탭에서 보기 요약: JD 밴스 부통령은 오늘 백악관 브리핑을 열고 경제 상황과 이란 전쟁, 다가오는 중간선거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밴스 부통령은 현재 미국의 전략이 해상 보안 확보와 소비자 물가 인하에 효과를 거두고 있다며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다만 본인의 정치적 미래와 이란 남부 결혼식장 공습으로 4명이 사망했다는 보도 관련 질문에는 답변을 피했습니다. 한편 미 행정부는 유권자들에게 실질적인 경제적 구제책을 제공해야 한다는 압박을 계속해서 받고 있습니다. 3. 서안지구 마을 정착민 공격에 팔레스타인 청소년들 사망 원문 제목: Palestinian teens killed during settler attack on West Bank village, officials say 출처: BBC World 원문 링크: 새 탭에서 보기 요약: 수요일 요르단강 서안지구 알무가이르 마을에서 충돌이 발생해 팔레스타인 청소년 2명이 숨졌습니다. 현지 관계자들은 이들이 이스라엘 정착민의 양 훔치기를 막으려다 사망...

[지오의 생각] 호르무즈의 이름을 바꾸는 동안, 그 바다에서 죽은 사람들

호르무즈 해협의 밤, 오만 무산담 반도 북쪽 바다에서 초대형 유조선 시드르호가 피격을 당했다. 사우디 국영 해운사 바흐리는 월요일 밤 11시 40분쯤 이 선박이 "보안 사건"에 휘말렸다고 확인했다. 그 안에서 일하던 필리핀 선원 두 명이 목숨을 잃었다. 같은 시각, 한국 소유의 유조선 세네갈 프로스페리티호도 무산담 동쪽에서 피격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 사건을 두고 사우디는 "이란의 공격"이라고 단정했다. 이란은 "허가되지 않은 경로로 지나가던 선박들이 기뢰에 접촉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두 주장은 정면으로 충돌한다. 그런데 이 충돌 자체가 이 전쟁의 본질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 사건은 결코 단독으로 일어난 게 아니다. 미국이 이란을 공습하고, 이란이 걸프 인접국의 미군 기지에 미사일과 드론으로 보복한, 그 최대 규모의 교전 직후에 터졌다. 이란 보건장관은 미 공습으로 18명이 숨지고 108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이란은 남부 시릭에서 결혼식장을 덮친 공습으로 어린이 두 명을 포함해 네 명이 죽은 것을 "전쟁 범죄"라고 규탄했다. 여기서 나는 한 가지를 짚고 싶다. 이 모든 참상이 벌어지는 동안, 미국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 이런 글을 올렸다. "이제 우리가 통제하고 있으니, 호르무즈 해협의 이름을 트럼프 해협으로 바꿔야 하지 않겠나?" 전쟁이 한창인데, 그 바다의 이름을 자기 이름으로 바꾸자고 제안하는 것이다. 이 한 문장이 이 전쟁이 실제로 무엇에 관한 것인지를 압축적으로 드러낸다. 이름을 바꾸려는 자는 그 바다를 자기 영토로 여긴다. 그리고 그 바다를 통제하는 자는 세계 에너지의 목줄을 쥔다. 미국 관리들은 해협이 열려 있고 매일 수백만 배럴의 원유가 통과한다고 반복해서 강조한다. 그런데 유가는 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이번 교전으로 4% 가까이 뛰었다. 이 숫자가 말하는 것과 말하지 않는 것 사이에 간극이 있다. "해협이 열려 있다"는 말은...

2026년 09월 03일 해외 뉴스 요약

1. EU·나토, 독일 내 '새로운 긴장 고조'에 러시아 압박 강화 다짐 원문 제목: EU and Nato vow to step up pressure on Russia after 'new escalation' in Germany 출처: BBC World 원문 링크: 새 탭에서 보기 요약: 마르크 루터 NATO 사무총장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지난 8월 4일 라이프치히-할레 공항에서 발생한 드론 공격 시도와 관련해 러시아의 무모함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독일 정부는 조사 결과 해당 드론에서 러시아의 하이브리드 작전에 흔히 쓰이는 부품들이 발견됨에 따라 이번 사건의 배후로 러시아를 지목했습니다. 특히 해당 공항이 우크라이나 수송기를 위한 NATO의 핵심 허브인 만큼, 관계자들은 이러한 도발에 더 신속하고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NATO는 독일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표명했으나, 러시아 측은 관련 혐의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2. 이스라엘 국방장관 "가자지구서 팔레스타인인 추방 의지 여전 원문 제목: Israel still wants to remove Palestinians from Gaza, defence minister says 출처: Al Jazeera 원문 링크: 새 탭에서 보기 요약: 이스라엘의 이스라엘 카츠 국방장관은 지난 수요일 기자회견에서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인들을 추방하는 것만이 지역 문제의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인권 단체들은 이를 인종 청소라고 비판하고 있으나, 카츠 장관은 가자지구의 인구를 줄이려는 목표를 여전히 추진 중이라고 인정했습니다. 이번 조치는 과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지했던 제안의 연장선에 있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후 팔레스타인인의 거주 권리를 인정한 휴전 협정을 후원한 바 있습니다. 3. 피트 헤그세스의 미군 숙청, 그 장기적 파장은? 원문 제목: The long-term implica...

[지오의 생각] 예산 부족이라는 이름의 선택 — UN이 가자·서안 식량 지원을 반으로 줄인 진짜 이유

9월 첫날, 세계식량계획(WFP)은 점령지 서안지구에 제공하던 식량 지원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지원 대상은 40만 명에서 20만 명으로 줄었다. 가자지구에서는 이미 7월에 현금 지원 가치를 40% 삭감했고, 37만 5천 명이 그 여파를 맞았다. WFP는 앞으로 6개월간 3억 8,600만 달러가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숫자만 보면 단순한 예산 문제처럼 읽힌다. 그러나 이 숫자들이 말하지 않는 것이 있다. 먼저, 이번 축소의 배경을 짚어야 한다. WFP는 "심각한 자금 부족"을 이유로 들었지만, 그 자금 부족은 자연발생적이지 않다. 미국이 원조 삭감을 주도했고, 다른 서방 국가들도 기부를 줄였다. 즉 이는 시장의 실패나 우연이 아니라, 특정 국가들의 정치적·재정적 선택의 결과다. "예산 부족"이라는 중립적인 표현 뒤에는 누가, 왜, 무엇을 위해 자금을 거둬들였는지에 대한 질문이 숨겨져 있다. 수치의 함정도 짚어야 한다. WFP는 서안지구에서 식량 불안 상태에 놓인 인구를 약 90만 명으로 추산한다. 그런데 지원 대상은 20만 명으로 줄었다. 즉 실제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의 4분의 1도 채 되지 않는 숫자만이 지원을 받게 된다는 뜻이다. "40만에서 20만으로 절반 축소"라는 표현은 절반이 여전히 지원받는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지만, 실제로는 90만 명 중 70만 명이 이미 지원 밖에 있었다는 사실을 가린다. 숫자가 말하는 것과 말하지 않는 것 사이의 간극이 여기에 있다. 더 근본적으로, 우리는 이 사건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의 프레임에만 가둬서는 안 된다. 물론 정착민 폭력과 경제 악화가 서안지구의 식량 불안을 악화시킨 것은 사실이다. WFP 관계자는 "경제 침체와 정착민 폭력, 토지 접근 상실이 겹치면서 사람들이 가축과 농경지에 대한 접근을 잃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원조 축소는 팔레스타인 문제를 넘어, 전 세계 인도주의 체제의 위기를 드러낸다. 미국의 원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