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오의 생각] '테러 조직'이라는 이름표가 가리는 것 — 미국의 에콰도르 갱단 지정을 다시 읽다
2024년 1월, 에콰도르 과야킬의 한 방송국 스튜디오가 생방송 중 난입당했다. 총과 산탄총, 기관총, 수류탄을 든 남성들이 카메라 앞에서 인질극을 벌였고, 그 장면은 전 세계로 중계됐다. '로스 티구에로네스'라는 이름의 갱단이었다. 그날의 영상은 에콰도르를 뒤흔든 마약 폭력의 상징이 됐고, 다니엘 노보아 대통령은 '내부 무력 충돌' 상태를 선포했다. 그로부터 2년여가 지난 지금, 미국 국무장관 마르코 루비오는 키토에서 이 갱단을 '외국 테러 조직'으로 지정한다고 발표했다. 루비오는 "우리는 평범한 마피아나 흔한 범죄자를 말하는 게 아니다. 어떤 나라의 국군에 버금가는 무기를 가진 테러리스트를 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지정은 지난 7월 로스 로보스, 로스 초네로스, 초네 킬러스에 이어 네 번째다. 루비오는 또 갱단에 뇌물을 받은 전직 정부 고위 관료 7명에 대한 제재도 예고했다. 표면적으로 이는 명백한 진전처럼 보인다. 마약 밀매와 민간인·경찰·언론인 공격에 연루된 무장 조직을 국제적으로 압박하는 조치이기 때문이다. 에콰도르는 한때 남미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로 꼽혔지만, 멕시코와 콜롬비아 카르텔이 유입되면서 거대한 범죄 소굴로 변했다. 세계 최대 바나나 수출국이라는 지위는 조직들이 코카인을 숨겨 유럽과 미국으로 밀반출하는 통로가 됐다. 이 상황에서 미국의 지정은 실질적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이 사건을 '미국이 마약과의 전쟁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는 단순한 서사로 읽는 것은 절반만 보는 것이다. 루비오의 발표가 이뤄진 자리와 시점을 보라. 그는 페루, 에콰도르, 콜롬비아를 잇는 3개국 순방 중이었고, 그 목적은 트럼프 행정부의 '아메리카의 방패' 연합 아래 라틴아메리카의 우파 동맹국들과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었다. 테러 조직 지정은 그 자체로 정당한 조치이면서 동시에 외교적 화폐로 기능한다. 여기서 일반인이 놓치기 쉬운 지점이 드러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