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오의 생각] 왕관을 내려놓지 않는 이유 — 89세 하랄 5세의 병상과 노르웨이 왕실

오슬로 국립대학병원의 한 병실. 유럽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군주, 노르웨이의 하랄 5세가 그곳에 누워 있다. 왕실이 밝힌 진단명은 혈액 속 세균 감염이었다. 89세의 국왕은 이미 희귀 혈액 질환인 용혈성 빈혈을 앓고 있었고, 이달 들어 항생제 치료를 받으며 입원해 있었다. 병세는 주말 사이 더 나빠졌다. 왕실은 치료에 반응을 보이고 상태는 안정적이라고 다독였지만, 하랄 5세는 당분간 왕실 업무를 접고 오슬로 대학병원에 머문다. 그동안 아들 호콘 왕세자가 섭정으로 왕위의 빈자리를 메운다. 왕실은 수장의 빈자리가 초라해 보이지 않도록 노력했을 것이다. 아내 소냐 왕비와 아들 호콘, 며느리 메테마리트 왕세자빈이 일제히 병원을 찾았다는 소식이 함께 전해졌다. 그러나 그 병상의 한쪽에 놓인 사진들을 들여다보면, 이번 입원은 한 노인의 개인적 위기 이상의 무엇을 말해준다. 지난해 말레이시아에서 휴가를 보내다 심장박동기 이식 수술을 받았고, 올해 2월에는 스페인령 카나리아 제도에서 피부 감염과 탈수로 다시 병원 신세를 졌다. 공식적인 일정 축소를 발표한 지도 벌써 2년이 지났다. 89세, 재위 35년째인 그가 스스로 왕좌를 내려놓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하랄은 오랜 건강 문제를 겪으면서도 왕위를 내려놓지 않았다. 왕실과 언론은 그 이유를 "의회에 한 평생 서약"에서 찾는다. 한 장면으로 보면, 그 충성심은 오래된 시민의 영웅 같아서 감동적이다. 그런데 같은 초점을 조금만 옮겨보면, 궁중의 아픈 축은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올해 노르웨이 왕실은 국왕이 아닌 구성원들을 통해 위기를 겪었다. 여름에 그가 왕세자빈인 메테마리트가 폐섬유증으로 폐 이식 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6월에는 그녀의 아들 마리우스가 성범죄 등 30여 건의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메테마리트는 과거 미국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과의 친분을 시인하며 사과했다. 국왕은 병상에서 왕실의 이미지와 미래를 함께 잡고 있는 것이다. 나는 여기서 한 가지 아이러니를 지적하고 싶다. ...

2026년 08월 25일 해외 뉴스 요약

1. 미 대법원, 우편 투표 두고 트럼프 정부 손 들어줘 원문 제목: US Supreme Court sides with Trump administration on mail voting 출처: Al Jazeera 원문 링크: 새 탭에서 보기 요약: 미국 연방대법원은 지난 월요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우편 투표 제한 행정명령 집행이 가능하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지난 3월 서명된 이 명령은 부정 투표 방지를 위해 검증된 유권자에게만 투표용지를 배달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23개 주와 워싱턴 DC의 민주당 관계자들은 주 정부의 권한 침해와 중간선거 혼란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으나 기각되었습니다. 보수 성향의 대법관 다수가 이번 결정을 지지함에 따라 행정명령의 길이 열렸지만, 추가적인 법적 공방으로 실제 시행은 지연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2. 제프리스-쿠슈너 회동, 격전의 미 중간선거 속 추측 무성 원문 제목: Jeffries-Kushner meeting sparks speculation amid contentious US midterms 출처: Al Jazeera 원문 링크: 새 탭에서 보기 요약: 하킴 제프리스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고문인 재러드 쿠슈너와 비공개 회동을 갖고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이번 회동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국에서 진행되었으며, 이민과 주거 문제, 생계비 위기 등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습니다. 백악관 측은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 지위를 되찾을 경우에 대비해 실무 관계를 구축하고자 이번 접촉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쿠슈너 고문은 추가 회동을 제안했으나, 제프리스 대표는 공화당 정부가 국민을 위해 극단적인 접근 방식을 버려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3. 미국행 비행기 하차 거부한 추방자들, 적도 기니로 강제 송환 원문 제목: Deportees who refused to exit a US flight in Liberia are sent ...

[지오의 생각] 경쟁하는 국경이 사라진 '우리가'의 끝 — 카니가 고른 전쟁

아이스하키 스틱과 의료용 혀 누름개, 와인과 시멘트, 유제품과 옷. 스물 개국 사이를 오가던 일상적인 물건들이, 어느 토요일 새벽 4시 GMT를 기해 한꺼번에 다른 이름을 갖게 됐다. 미국이 캐나다산 약 200억 달러어치 상품에 50퍼센트 관세를 부과한 것이다. 캐나다 총리의 반응은 단순했다. "동일한 규모로 맞대응하겠다." 그리고 9월 8일부터, 철강과 유제품과 전자제품에 대한 보복이 시작된다. 이 소식을 전하는 헤드라인들이 한결같이 카니를 '전쟁 선언'을 한 지도자로 그린다. 캐나다 언론은 그의 발언을 인용하며 "전쟁 상태라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이 장면을 한 줄로 요약하는 것은 어색하다. 동맹이 서로에게 관세를 부과하는 일 자체가 이미 평화의 언어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전쟁은 진정 시작된 지 오래였다. 다만 그동안은 화약이 훈기가 아니라 협상이라는 외피 속에 감춰져 있었을 뿐이다. 마크 카니는 오늘의 사태를 예감하고 있었다. 지난 1월 다보스 포럼에서 그는 "이것은 전이(轉移)가 아니라 파열(rupture)"이라고 선언하며, 중견국들이 경제적 강압에 굴복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경고가 이제 현실이 되었다. 협상은 금요일 밤, 막판에 와서 깨졌다. 양측은 서로가 마지막 순간 조건을 바꿨다고 비난한다. 그러나 카니가 문제 삼은 것은 관세율 자체보다 더 근본적인 것이었다. 미국 측이 제안한 막판 조건에는 캐나다산 차량에 대한 관세 완화 축소, 그리고 무엇보다 캐나다가 다른 나라와 무역협정을 체결하는 것을 제한하는 조항 이 포함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브리티시컬럼비아 주 총리 데이비드 에비는 그 조건을 받아들이는 것은 캐나다를 "제 51번째 주의 경제적 동격자"로 격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카니는 이를 "주권의 문제"라고 규정했다. 여기서 이 사건이 단순한 무역 분쟁이 아니라 어떤 절을 촉발하는 사건임이 드러난다. 트럼프는 반복적으...

2026년 08월 24일 해외 뉴스 요약

1. 중앙아프리카공화국 금광 붕괴로 100명 이상 사망 원문 제목: More than 100 dead after goldmine collapses in Central African Republic 출처: The Guardian 원문 링크: 새 탭에서 보기 요약: 화요일 오후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잠보예 마을의 영세 금광이 붕괴해 중앙아프리카공화국과 카메룬 광부 100여 명이 사망했습니다. 이번 사고는 지하 터널이 무너지면서 모래가 쏟아져 내려 작업자들이 매몰되며 발생했습니다. 현재 현지 당국과 적십자사가 시신 수습 및 생존자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당국은 정확한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공식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2. 해임 장관 "젤렌스키, 정부 부패 인지 여부 답해야" BBC에 폭로 원문 제목: Zelensky should be asked what he knew about government corruption, sacked minister tells BBC 출처: BBC World 원문 링크: 새 탭에서 보기 요약: 미하일로 페도로프 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이 최근 자금 세탁 조사와 관련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측근 내 부패 의혹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BBC에 밝혔습니다. 페도로프 전 장관은 대통령의 불법 행위를 직접 목격한 적은 없다고 언급하면서도,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전시 선거를 계속해서 주장하고 있습니다. 한편, 그는 지난달 군 수뇌부와의 갈등으로 해임되었으며, 이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시위는 이번 수요일 후임 장관이 확정되면서 종료되었습니다. 3. 이란 전쟁 속 미 공화당 유력 의원 "중간선거 '압승' 가능 원문 제목: Iran war: Top US lawmaker says Republicans can ‘absolutely’ win midterms 출처: Al Jazeera 원문 링크: 새 탭에서 보기 요약: 마이크 존슨 하원 의장은 지난 일요일 폭스...

[지오의 생각] 경제 통합을 무기로 쓴다는 그날, 두 동맹은 5%를 두고 전쟁을 택했다

토요일 새벽, 캐나다 국민을 향한 마크 카니 총리의 한마디는 이렇게 시작됐다. "그들은 너무 많이 요구했고, 너무 적게 내놓았다." 무역 협상이 결렬된 지 몇 시간 만에 내려진 선언은 전쟁 선포에 가까웠다. 미국이 캐나다산 수입품 약 200억 달러(한화 약 27조 원) 어치에 50%의 신규 관세를 부과하자, 카니는 9월 8일부터 같은 규모로 맞불을 놓겠다고 밝혔다. 철강, 낙농품, 가전, 의류, 그리고 하키 용품까지. 한때 세계에서 가장 긴 국경을 사이에 두고 수십 년간 자유무역으로 번영을 쌓아온 두 나라가, 갑자기 그 국경을 관세의 장벽으로 되돌리고 있다. 사건 자체는 짧게 요약된다. 협상은 금요일 밤 무너졌고, 양측은 서로가 마지막 순간 조건을 바꿨다고 비난했다. 미국 측은 캐나다가 막판에 추가 양보를 요구해 합의를 깨뜨렸다고 주장하고, 캐나다 측은 미국이 마지막 순간에 제시한 조건들이 차량 관세 경감을 줄이고, 다른 국가들과의 통상 조약을 제한하며, 언어·문화·주권 보호조치를 약화시킨다며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카리는 이번 관세 부과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판단 착오'라고 불렀다. 여기서 눈길을 끄는 건 그 다음이다. 두 나라는 모두 지난주 초반까지는 합의에 상당히 낙관적이었다. 철강·알루미늄·자동차 관세를 낮추는 걸림돌을 거의 해결한 듯 보였다. 그런데 막바지에 무너졌다. 무엇이 그렇게 급선회했을까. 카니 총리는 미국이 "경제 통합을 무기로 사용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합의에 서명이라도 남기면 나중에 "연필로 쓴" 것처럼 지워질 것이라는 불신을 드러냈다. 캐나가 트럼프 행정부를 신뢰할 수 없다는 인식은 더 이상 예측이 아니라 경험이 된 셈이다. 이 사건의 본질은 관세율에 있는 게 아니다. 이번 신규 관세는 규모가 제한적이다. 미국 전체 수입 중 약 5%에 그치는 약 200억 달러로, 철강·알루미늄·자동차·목재에 이미 부과된 기존 관세 위에 얹...

2026년 08월 23일 해외 뉴스 요약

1. 카니, 무역 협상 결렬 후 트럼프의 신규 관세 부과를 '판단 착오'라 비판 원문 제목: Carney calls Trump's fresh tariffs a 'miscalculation' after trade talks collapse 출처: BBC World 원문 링크: 새 탭에서 보기 요약: 지난 금요일 무역 협상이 결렬됨에 따라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미국과의 무역 전쟁 돌입을 선언했습니다. 이번 갈등은 미국이 유제품과 의류를 포함한 약 200억 달러 규모의 캐나다산 수입품에 50%의 신규 관세를 부과하며 시작되었습니다. 이에 카니 총리는 오는 9월 8일부터 동일한 수준의 보복 관세를 적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양국은 서로가 합의 막바지에 내용을 변경했다고 주장하며 대립하고 있습니다. 2. 트럼프 딜 거부한 카니, 중대 시험대 올랐다 원문 제목: Carney faces crucial test after walking away from Trump's deal 출처: BBC World 원문 링크: 새 탭에서 보기 요약: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지난 토요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무역 협상을 중단하고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한 보복 조치를 결정했습니다. 이번 결정은 미국 측이 지나치게 많은 요구를 하는 반면 제공하는 혜택은 적다고 판단한 카니 총리가 잠정 무역 합의를 무산시키면서 이뤄졌습니다. 카니 총리는 단기적인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 전술을 거부함으로써 더 나은 장기적 합의를 끌어내겠다는 전략입니다. 이번 조치는 미국 행정부의 권력 남용에 맞선 캐나다의 강경 대응으로, 향후 중대한 정치적 시험대가 될 전망입니다. 3. 미 우체국, 법원 판결에도 우편 투표 제한 조치 강행 원문 제목: US Postal Service shares mail-in ballot restrictions despite court ruling 출처: Al Jazeera ...

[지오의 생각] 고국이 낯선 나라가 되는 순간 — '리틀 LA'의 멕시코인들

멕시코시티 도심의 타바칼레라 거리에는 야자수가 늘어선 넓은 대로와 오래된 칸티나, 그리고 길거리에서 섞여 들리는 영어와 스페인어가 있다. 그래서 이 동네는 '리틀 LA'라는 별명을 얻었다. 하지만 그 이름은 겉모습 때문만이 아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이곳은 미국에서 추방된 멕시코인들, 특히 국경 너머에서 수십 년을 살다가 고국이 오히려 낯선 나라가 되어버린 사람들의 안식처가 됐다. 크리스토퍼 길 오르티스는 그중 한 명이다. 그는 올해 6월, 로스앤젤레스로 출근하던 길에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에게 붙잡혀 수갑을 차고 구금됐다. 트럼프 행정부 아래서 불법체류자로 살아온 수개월의 공포 끝에, 그는 오히려 안도했다고 말한다. "그때 마음이 편해졌어요. 이제 됐다, 돌아가는 거다. 어깨에서 짐이 내려간 것 같았죠." 어린 시절 떠난 지 30년 만에 그는 아내와 두 어린 자식을 남겨두고 멕시코로 돌아왔다. 툴룸에 내려져 칸쿤으로 향했지만 호텔 방에서 짐을 모두 도난당했고, 결국 가족이 있는 멕시코시티에 정착했다. "여기서 태어났는데도 이 도시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요. 긴장됐죠." 출생증명서를 다시 발급받고, 신분증을 만들고, 일자리를 찾는 일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이야기는 단순한 개인의 사연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2025년 1월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이후, 미국은 대규모 추방 작전을 벌여왔다. 그가 추방한 멕시코 국적자는 약 14만 5천 5백 명에 이른다. 그리고 그 숫자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미국 경제정책연구소(EPI)는 이 추방 정책에 향후 2년 반 동안 약 2천 6백 89억 달러가 투입될 것으로 추산했다. 납세자 1인당 평균 2천 3백 58달러, 우리 돈으로 약 3백 35만 원의 부담이다. 이 돈이면 1억 1천 8백만 명에게 식량 지원을, 1천 2백만 명에게 의료 혜택을 줄 수 있다는 계산도 나온다. 그런데 이 정책의 그늘은 숫자로 다 드러나지 않는다. AP 통신은 트럼프 행정부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