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오의 생각] 경쟁하는 국경이 사라진 '우리가'의 끝 — 카니가 고른 전쟁
아이스하키 스틱과 의료용 혀 누름개, 와인과 시멘트, 유제품과 옷. 스물 개국 사이를 오가던 일상적인 물건들이, 어느 토요일 새벽 4시 GMT를 기해 한꺼번에 다른 이름을 갖게 됐다. 미국이 캐나다산 약 200억 달러어치 상품에 50퍼센트 관세를 부과한 것이다. 캐나다 총리의 반응은 단순했다. "동일한 규모로 맞대응하겠다." 그리고 9월 8일부터, 철강과 유제품과 전자제품에 대한 보복이 시작된다.
이 소식을 전하는 헤드라인들이 한결같이 카니를 '전쟁 선언'을 한 지도자로 그린다. 캐나다 언론은 그의 발언을 인용하며 "전쟁 상태라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이 장면을 한 줄로 요약하는 것은 어색하다. 동맹이 서로에게 관세를 부과하는 일 자체가 이미 평화의 언어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전쟁은 진정 시작된 지 오래였다. 다만 그동안은 화약이 훈기가 아니라 협상이라는 외피 속에 감춰져 있었을 뿐이다.
마크 카니는 오늘의 사태를 예감하고 있었다. 지난 1월 다보스 포럼에서 그는 "이것은 전이(轉移)가 아니라 파열(rupture)"이라고 선언하며, 중견국들이 경제적 강압에 굴복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경고가 이제 현실이 되었다. 협상은 금요일 밤, 막판에 와서 깨졌다. 양측은 서로가 마지막 순간 조건을 바꿨다고 비난한다. 그러나 카니가 문제 삼은 것은 관세율 자체보다 더 근본적인 것이었다. 미국 측이 제안한 막판 조건에는 캐나다산 차량에 대한 관세 완화 축소, 그리고 무엇보다 캐나다가 다른 나라와 무역협정을 체결하는 것을 제한하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브리티시컬럼비아 주 총리 데이비드 에비는 그 조건을 받아들이는 것은 캐나다를 "제 51번째 주의 경제적 동격자"로 격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카니는 이를 "주권의 문제"라고 규정했다.
여기서 이 사건이 단순한 무역 분쟁이 아니라 어떤 절을 촉발하는 사건임이 드러난다. 트럼프는 반복적으로 캐나다를 "제 51번째 주"라고 부르며 그 경제적 생존성 자체를 의심해왔다. 협상 상대가 주권을 '경제적 통합의 무기'로 내건다는 카니의 비난은, 그런 맥락에서 과장이 아니라 기존 우려의 구체적 형태로 읽힌다. 그는 미국이 "연필로 서명했다"고 말하며, 아무 때나 지워질 수 있는 협의의 신뢰성 자체를 의심했다.
여기서 우리는 두 개의 대척하는 프레임을 마주한다. 트럼프 측의 프레임은 '캐나다가 막판에 추가 양보를 요구해 협상을 무너뜨렸다'는 것. 카니 측의 프레임은 '주권을 지키기 위해 강압에 저항한다'는 것이다. 어느 쪽도 완전히 틀렸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협상의 결렬은 한쪽의 잘못만이 아니라 서로를 시험하는 태도의 산물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이 교착은 경제적 규모의 크기와는 별개로 대부분 정치적이다. 무역 전문가들은 이번 관세가 가져올 고용 감소보다, 두 동맹국 사이의 균열이 더 큰 영향이라고 말한다. 맥길대의 정치학 교수는 "오래된 캐나다-미국 관계는 끝났다"며 "많은 캐나다인에게 트럼프 행정부를 신뢰할 수 없다는 인식을 확인시켜 주는 것"이라고 했다.
카니는 지금 중대한 시험대에 올라 있다. 그는 서방 동맹국 중에서도 보기 드물게 트럼프와의 협상 테이블을 스스로 떠난 지도자다. 미국의 고압적인 압박에 굴복하기보다는, 단기간의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장기적으로 더 나은 협의를 얻겠다고 선택했다. 문제는, 그 경제적 손실을 감당할 사람들이 바로 자신을 지지하고 있는 캐나다 유권자들이라는 점이다. 그는 자신의 결단이 "캐나다의 최선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말하지만, 그 고통이 어디까지 지속될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번 사건은 캐나다-미국 관계의 종말을 알리는 하나의 점인 것처럼 보인다. 수십 년간 두 나라는 가장 긴밀한 경제적 통합을 이룬 동맹이었다. 그러나 트럼프의 '전투적 외교정책'과 주권을 건 조건, 그리고 이에 대한 카니의 강경대응은 그런 '특별한 관계'의 가정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드러냈다. 다보스에서 내가 '파열'을 경고한 카니의 말은, 한 이코노미스트 총리가 아니라 국제 질서를 읽는 한 사람의 정직한 관찰로 다가온다.
이제 남은 것은 협상 재개의 희망이 아니라, 어떻게 두 동맹이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혹은, 원래대로 돌아갈 필요가 있는지. 과거 관계가 아니라, 동등한 파트너십의 새 국면을 어떻게 정의할지. 이 아침, 아이스하키 스틱 하나가 미·캐나다 국경을 넘는 방식이 바뀌었듯, 두 나라가 서로를 대하는 언어도 더 이상 이전과 같지 않을 것이다. 그 단순한 물건 하나에, 지난 세기의 우정과 앞으로의 전례 없던 균열이 함께 박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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