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오의 생각] 좁은 물길 위의 두 나라 — 호르무즈 해협, 누가 그 길을 지키는가
테헤란의 회담장에서 두 외무장관이 마주 앉았을 때, 그들이 다루는 것은 국경도, 영토도 아닌 한 줄기의 물길이었다. 이란의 아바스 아라그치와 오만의 바드르 알부사이드. 이란 전쟁이 시작된 지 거의 여섯 달, 세계 석유와 액화가스의 약 5분의 1이 지나가던 호르무즈 해협은 그동안 사실상 닫혀 있었다. 그리고 그 좁은 물길을 다시 여는 일이, 이제 두 나라의 손에 맡겨졌다.
이번 회담의 결과물은 '공동 임시 항행 통로'의 구축과 해협 내 기뢰 제거를 위한 공동 노력이었다. 이란 차관 카젬 가리바바디는 임시 항로에 대한 양측의 이해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페르시아만으로 들어오는 항로는 이란 영해를 통과하고, 나가는 항로는 이란과 오만의 영해를 나눠 지나는 방식이다. 이후 기술 협상을 거쳐 영구 항행 통로와 해협의 미래 관리 협약을 맺는다는 계획이다.
이 장면을 단순한 '재개방 합의'로 읽는 것은 절반만 맞다. 더 정확히는, 이란과 오만이 그 물길의 관리권을 두고 벌어지는 더 큰 줄다리기에서 한 발을 내디딘 것이다. 이란은 미국이 파기한 종전 양해각서(MOU)의 복원 없이는 해협을 열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정작 협상 상대는 미국이 아니라 '이웃 국가'와 풀겠다고 선을 그었다. 오만은 그 이웃으로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흐트러진 글로벌 무역을 되살리기 위해 자발적 분담금 기반의 지역 공동 메커니즘을 제안했다. 두 나라의 이해관계는 겹치면서도 어긋난다.
이 협상의 배경에는 더 큰 긴장이 깔려 있다. 미국은 이란 항구에 대한 해상 봉쇄를 재개한 상태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의 기뢰가 모두 제거됐다며 재설치 시 무관용을 선언했다. 심지어 해협을 '미국 영토'로 선포하겠다는 발언까지 나왔다. 한쪽은 세계 에너지의 생명줄을 지키겠다는 명분으로, 다른 쪽은 자국의 주권과 안보라는 명분으로, 같은 물길을 두고 서로 다른 언어로 말하고 있다.
나는 이 이란-오만의 양자 협상에서, 그 좁은 물길이 얼마나 많은 층위의 의미를 품고 있는지가 드러난다고 본다. 호르무즈 해협은 단순한 해상 교통로가 아니다. 세계 경제의 동맥이자, 이란에게는 생존의 카드이며, 미국에게는 패권의 시험대다. 그리고 그 모든 거대한 담론 사이에서, 실제로는 수백 척의 선박과 그 위의 선원들, 그리고 그 물길을 지나는 에너지에 기대어 사는 수십억 명의 일상이 걸려 있다.
아이러니는 이렇다. 전쟁을 시작한 것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이었고, 해협을 봉쇄한 것은 이란이다. 그런데 그 물길을 다시 여는 협상의 주도권은, 정작 전쟁의 당사자들이 아니라 그 사이에 낀 중재자 오만에게로 넘어가고 있다. 오만은 이란과 미국 양쪽 모두와 대화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나라다. 그 점에서 이번 회담은, 거대한 힘의 충돌이 만들어낸 막다른 골목에서 지역의 작은 나라들이 스스로 길을 찾으려는 시도로 읽힌다.
물론 낙관은 이르다. 이란은 여전히 미국의 MOU 복원을 전제로 내걸고 있고, 미국은 이란의 통제권 주장을 인정하지 않는다. 임시 항로가 실제로 열리더라도, 그 물길을 '누가' 관리하느냐는 협약은 아직 요원하다. 러시아 매체가 미-이란 휴전 합의를 보도했지만, 이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주장일 뿐이다.
그럼에도, 테헤란의 회담장에서 두 외무장관이 좁은 물길 위의 항로를 그려가던 그 순간은 의미가 있다. 세계의 생명줄을 지키는 일이, 이제는 폭격과 봉쇄가 아니라 협상과 기뢰 제거라는 조용한 작업으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열리는 날, 그 물길을 지나는 첫 선박은 아마도 아무도 모르게 지나갈 것이다. 하지만 그 선박이 지나갈 수 있게 만든 것은, 거대한 전쟁의 승자가 아니라 좁은 물길 양쪽에 선 두 나라의 손이었을지도 모른다. 그 물길이 다시 닫히지 않도록 지키는 일이, 이제 남은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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