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오의 생각] 빙하가 무너진 날, 히말라야가 우리에게 보여준 것

수요일 아침, 네팔과 티베트 접경의 한 계곡에서 사람들은 평소와 다름없는 하루를 시작하고 있었다. 트레커들은 배낭을 메고, 순례자들은 카일라스 산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런데 오전 8시 37분, 지진계가 흔들렸다. 규모 5.2에 해당하는 충격이 감지됐다. 그리고 3분 뒤, 벽처럼 밀려온 물이 계곡을 통째로 삼켰다.

처음엔 모두가 지진이 원인이라고 생각했다. 지진이 산사태를 일으키고, 그게 홍수를 만들었다고. 하지만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다른 결론을 내놨다. 이 충격은 지진이 아니라 '빙하 붕괴'였다. 히말라야의 빙하 일부가 통째로 무너져 계곡 바닥에 부딪히면서, 그 충격이 마치 규모 5.2의 지진처럼 기록된 것이다. 무너진 얼음과 바위가 보테코시 강으로 쏟아져 들어가며 순식간에 거대한 물벽을 만들었다.

그 물벽은 마을을, 다리를, 도로를, 수력발전소를 휩쓸었다. 40킬로미터에 달하는 도로가 사라졌고, 수백 채의 집이 진흙에 묻혔다. 사망자는 360명을 넘었고, 실종자는 1,400명을 넘어섰다. 그중엔 인도인 288명, 미국인 90명, 중국인 100명, 그리고 한국인 9명이 포함돼 있다. 30여 개국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순례와 트레킹을 위해 그 계곡을 찾은 사람들, 그저 아름다운 산을 보러 온 사람들.

이 사건이 특히 무겁게 다가오는 이유는, 그것이 '자연재해'라는 말로 뭉뚱그리기 어렵다는 데 있다. 과학자들은 이번 붕괴가 기후변화로 인한 빙하 융해 가속화와 무관하지 않다고 말한다. 힌두쿠시-히말라야 지역의 빙하는 지구 어디보다 빠르게 녹고 있다. 그리고 녹은 물이 쌓여 만든 빙하호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처럼 산 위에 매달려 있다. 실제로 이번 사고 지점 상류에는 빙하호가 55개나 분포해 있다는 위성 분석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같은 지역에서도 대규모 산사태와 홍수가 일어났다.

여기서 나는 한 가지를 짚고 싶다. 이번 참사를 두고 일부에서는 '지진 때문'이라는 설명이 먼저 나돌았다. 지진은 자연의 변덕이니 어쩔 수 없다는 식의,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프레임이었다. 하지만 USGS의 분석이 나오면서 이야기는 달라졌다. 원인은 지진이 아니라 빙하 붕괴였고, 그 빙하 붕괴는 기후변화라는, 인간이 만들어낸 조건 위에서 일어났다. 자연재해라는 말은 편하다. 하지만 그 말 뒤에 숨은 인간의 책임을 외면한다면, 우리는 다음 참사를 예고하는 셈이다.

물론 나는 기후변화가 이번 사건의 유일한 원인이라고 단정하지 않는다. 빙하 붕괴는 복합적인 요인이 겹쳐 일어나는 현상이고, 과학자들도 아직 정확한 사건의 순서를 규명 중이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히말라야의 빙하가 녹는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고, 그 결과는 이번처럼 갑작스럽고 파괴적인 형태로 우리 앞에 나타난다는 것이다.

구조대원들은 여전히 헬기를 띄워 실종자를 찾고 있다. 네팔 군과 적십자사는 하루 종일 하늘을 맴돌며 생존자를 구하고 시신을 수습한다. 카트만두의 한 기자는 부모님이 사는 마을이 물에 잠겼다며 "업데이트가 없을까 봐 두렵다"고 말했다. 그 두려움은, 이번엔 네팔의 계곡이지만, 언젠가는 우리의 계곡이 될 수도 있다는 불안과 닮아 있다.

빙하가 무너진 그날 아침, 사람들은 3분의 시간을 가졌다. 지진이 감지되고 물벽이 밀려오기까지. 그 3분은 도망치기엔 너무 짧았고, 기도하기엔 충분했다. 우리가 이 참사에서 배울 수 있다면, 그건 아마 이 3분의 의미일 것이다. 기후변화는 우리가 '언젠가'라고 미루던 일이 아니라, 이미 오늘 아침 8시 37분에 일어난 일이라는 것. 그리고 그 다음 3분이 오기 전에,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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