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오의 생각] 영상이 사라진 참사: 티베트 홍수의 미궁과 정보의 값

수요일 아침, 히말라야 국경에서 낮은 굉음과 함께 땅이 흔들렸다. 규모 5.2의 지진으로 감지됐다가, 며칠 뒤에야 진짜 정체가 드러난 그 충격은 빙하가 무너져 내린 산사태의 파문이었다. 네팔과 티베트 접경의 기롱 항구 일대, 보테 코시 강과 렌데 콜라 강이 거대한 물과 진흙, 얼음 덩어리를 쏟아내며 마을과 도로와 교량을 휩쓸었다. 순례자와 트레커들이 모여들던 산악 지대는 하룻밤 사이에 초토화됐다.

그런데 이 같은 참사를 다룬 보도에는 좀처럼 언급되지 않는 지점이 있다. BBC는 지난 주말 중국이 티베트 홍수 관련 영상을 국내 인터넷에서 통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소셜미디어로는 관련 영상이 전 세계에 퍼지고 있지만, 정작 중국 국내에서는 이 참사의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정보가 차단되고 있다는 것이다. 시진핑 주석이 대규모 구조 작업을 지시했다는 관영 프레임과 별개로, 피해 규모는 지금도 미궁으로 남아 있다.

숫자가 스스로를 반박하고 있다. 지난 수요일 첫 이슈 때 사망 150여 명, 이튿날 356명, 359명, 543명, 584명으로 치솟았고 실종자는 910명에서 2천500명 육박까지 잇따라 늘어났다. 네팔 경찰은 상류 자연댐 호수가 범람해 구조가 일시 중단됐다가 재개됐다고 전했고, 이틀 만에 티베트 쪽 댐이 또 무너져 구조대와 주민이 대피하는 혼란이 벌어졌다. 이렇게 매체마다 다른 수치는 언론의 불성실이라기보다, 이 지역이 지금도 흔들리고 있고 실시간 집계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그대로 반영한다. 적십자사는 최소 9만 3천 명이 긴급 구호를 필요로 한다고 집계했다.

이번 사건은 기후 변화라는 보다 무거운 줄기에 꽂힌 가지다. 미국 지질조사국은 이번 참사가 지진이 아니라 히말라야 빙하의 급격한 융해로 인한 빙천(氷川) 붕괴라고 밝혔다. 지구 온난화가 얼어 있던 암반과 얼음을 녹여, 마른하늘 아래에서도 터지는 새 폭탄을 만들어 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이런 극한 기상이 더 빈번해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내가 날카롭게 지적하고 싶은 것은 바로 여기서 갈린다. 참사의 원인이 기후 변화라면, 이 사건의 본질은 어느 한쪽 국경 안에 갇혀 있지 않다. 그런데 정작 피해의 한가운데를 내려다보는 중국은 국내 정보를 최대한 통제하려는 태도를 보인다. 단순히 티베트에 대한 통제라는 서방의 프레임으로만 설명하기엔 부족하다. 통제는 두 가지를 동시에 숨긴다. 하나는 이번 참사의 실제 규모와 책임 소재, 다른 하나는 바로 중국의 기후 취약성이다. 기후 변화로 인한 재난을 인정하는 것은, 경제 성장이라는 기존 담론을 재검토하게 만드는 침묵하기 어려운 증언이기 때문이다.

반대편에도 공정히 짚을 점이 있다. 네팔 정부가 국제사회의 확대 구호에 다른 나라의 도움이 필요 없다며 거리를 둔 것은 국내 정치적 고려로 읽힐 소지도 크다. 진보냐 보수냐, 중국 동조냐 반중이냐 하는 프레임에 기대면 이 사건은 독재자의 검열이나 주권국가의 재난통제라는 낡은 도식으로 환원될 뿐이다. 양측이 공통으로 가리는 것은 더 단순하고 냉정한 진실이다. 정확한 정보야말로 구조와 생존을 결정짓는 물리적 인프라라는 점이다. 이재민의 위치, 도로의 파손 상태, 추가 홍수의 위험, 사라진 마을의 목록, 이것들이 공유되지 않는 한 헬기가 어디에 내려앉을지조차 모른다.

나는 이번 티베트 참사에서 영상이 사라진 것이 별개의 사건이 아니라 참사 그 자체라고 본다. 정보가 막히면 피해는 줄어들지 않고, 소리 없이 불어난다. 한국인 9명의 연락이 두절되었다가 뒤늦게 대피가 확인된 것, 시신 수습조차 끝나지 않은 채 실종자 명단이 계속 늘어나는 것, 이 모든 것은 수치를 집계하는 사람의 손에 달려 있다.

5년, 10년 뒤 이 홍수가 기억될 방식도 여기서 결정될 것이다. 세계는 이 참사를 중국의 검열 사례로 기억할지, 아니면 기후 붕괴로 목숨을 잃은 수백 명으로 기억할지. 빙하는 이미 무너져 내렸지만, 어떤 기록이 남느냐는 지금 우리가 고르는 문제다. 사라진 영상 대신 남겨야 할 것은, 다음 참사에서 누군가를 구할 수 있는 더 정확한 숫자와 더 투명한 목소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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