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오의 생각] 예산 부족이라는 이름의 선택 — UN이 가자·서안 식량 지원을 반으로 줄인 진짜 이유
9월 첫날, 세계식량계획(WFP)은 점령지 서안지구에 제공하던 식량 지원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지원 대상은 40만 명에서 20만 명으로 줄었다. 가자지구에서는 이미 7월에 현금 지원 가치를 40% 삭감했고, 37만 5천 명이 그 여파를 맞았다. WFP는 앞으로 6개월간 3억 8,600만 달러가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숫자만 보면 단순한 예산 문제처럼 읽힌다. 그러나 이 숫자들이 말하지 않는 것이 있다.
먼저, 이번 축소의 배경을 짚어야 한다. WFP는 "심각한 자금 부족"을 이유로 들었지만, 그 자금 부족은 자연발생적이지 않다. 미국이 원조 삭감을 주도했고, 다른 서방 국가들도 기부를 줄였다. 즉 이는 시장의 실패나 우연이 아니라, 특정 국가들의 정치적·재정적 선택의 결과다. "예산 부족"이라는 중립적인 표현 뒤에는 누가, 왜, 무엇을 위해 자금을 거둬들였는지에 대한 질문이 숨겨져 있다.
수치의 함정도 짚어야 한다. WFP는 서안지구에서 식량 불안 상태에 놓인 인구를 약 90만 명으로 추산한다. 그런데 지원 대상은 20만 명으로 줄었다. 즉 실제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의 4분의 1도 채 되지 않는 숫자만이 지원을 받게 된다는 뜻이다. "40만에서 20만으로 절반 축소"라는 표현은 절반이 여전히 지원받는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지만, 실제로는 90만 명 중 70만 명이 이미 지원 밖에 있었다는 사실을 가린다. 숫자가 말하는 것과 말하지 않는 것 사이의 간극이 여기에 있다.
더 근본적으로, 우리는 이 사건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의 프레임에만 가둬서는 안 된다. 물론 정착민 폭력과 경제 악화가 서안지구의 식량 불안을 악화시킨 것은 사실이다. WFP 관계자는 "경제 침체와 정착민 폭력, 토지 접근 상실이 겹치면서 사람들이 가축과 농경지에 대한 접근을 잃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원조 축소는 팔레스타인 문제를 넘어, 전 세계 인도주의 체제의 위기를 드러낸다. 미국의 원조 삭감은 우크라이나, 아프리카, 예멘 등 다른 위기 지역에도 동일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은 그 파급의 한 지점일 뿐이다.
나는 이번 결정이 단기적 예산 문제가 아니라, 인도주의 체제의 구조적 전환점이라고 본다. 원조가 줄어들수록, 기아는 더욱 정치화된다. 누가 자금을 대느냐에 따라 누가 먹고 누가 굶는지가 결정되는 구조가 강화되는 것이다. WFP가 "가장 취약한 계층을 우선시하면서도 광범위한 필요에도 불구하고 다른 이들을 줄여야 한다"고 말한 대목은, 인도주의가 더 이상 '필요'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가 되었음을 스스로 고백한 셈이다.
5년, 10년 뒤를 내다보면 이번 축소는 더 큰 그림의 일부다. 국제 원조가 줄어들수록, 팔레스타인을 포함한 위기 지역의 식량 안보는 민간 기부와 개별 국가의 재량에 더욱 의존하게 된다. 이는 인도주의의 중립성과 원칙을 약화시키고, 기아를 외교적 레버리지로 삼는 관행을 부추긴다. 오늘 서안지구의 20만 명이 지원에서 탈락한 것은, 내일 어느 지역의 누가 탈락할지에 대한 예고편일 수 있다.
WFP의 발표는 "예산 부족"이라는 짧은 문장으로 요약됐지만, 그 뒤에는 누가 자금을 거둬들이고, 누가 그 대가를 치르는지에 대한 질문이 놓여 있다. 숫자는 줄었지만, 굶는 사람의 수는 줄지 않았다. 우리가 물어야 할 것은 "얼마나 줄었는가"가 아니라, "왜 줄어야 했는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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