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오의 생각] 225미터 어둠 속 10일 — 히말라야가 던진 질문

225미터 어둠 속 10일

그는 225미터 깊이의 어둠 속에서 열흘을 버텼다. 수력발전소 터널, 얼음과 바위와 진흙이 입구를 막아버린 뒤로는 하루가 몇 분처럼, 몇 분이 하루처럼 지나갔다. 중국인 노동자 루하이타오는 구조대의 손전등 불빛이 터널 안을 스칠 때마다 목청껏 소리쳤다고 훗날 중국 국영방송에 말했다. 그때마다 자신의 목소리는 아무 곳에도 닿지 않았다. 마침내 한 줄기 불빛이 그를 쓸고 지나갔고, "믿을 수 없었다"는 그가 구조대에 안겨 나왔다.

그의 구조는 이번 재난이 남긴 몇 안 되는 '기적'이다. 같은 주, 같은 강 상류의 다른 터널에서 네팔인 노동자 두 명도 열흘 만에 각각 살아 돌아왔다. 합동 구조에는 네팔군과 한국의 재난 전문가들이 힘을 보탰고, 저체온증 외에 뚜렷한 외상이 없는 그는 헬기로 병원에 실려 갔다. 이른바 '희망'이라는 감정이 열흘 만에 처음으로 터널 주변을 맴돌았다.

그러나 그 구조 장면을 뒤에서 돌아봐야 한다. 이 재난은 8월 26일, 히말라야의 한 빙하가 붕괴하며 시작됐다. 얼음덩어리와 물, 바위가 강을 따라 계곡 전체를 쓸어 내려갔다. 사망자는 1,300명을 넘었고, 실종자는 아직도 5,000명에 가깝다.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시신은 습한 기후 속 분해가 시작되자 얕은 무덤에 급히 묻히고 있다. 도로와 다리, 학교와 마을 전체가 사라졌고, 수백 명이 여섯 개 수력발전 단지의 터널 안에 갇혀 있을 것으로 당국은 추산한다.

나는 이 지점에서 일반 보도가 좀처럼 던지지 않는 질문을 한다. 왜 수력발전소가 이런 불안정한 빙하 계곡에 지어졌는가. 답은 낯익은 경제 논리에 있다. 네팔은 전력 수출을 원했고, 중국은 투자와 에너지 안보를 원했다. 양쪽의 유인은 또렷했다. 다만 기후 리스크 평가는 그 속도를 따라오지 못했다. 이 사건은 자칫 '자연재해'로만 읽히지만, 실은 개발 모델과 기후 변화라는 두 힘이 정확히 같은 좌표에서 부딪힌 사건이다. 사망자 상당수가 시골 주민과 수력 노동자라는 사실, 실종자 목록에 외국인 관광객이 섞여 있다는 사실은 이 개발이 누구의 목숨을 담보로, 누구의 이익을 위해 진행됐는지를 드러내는 안타까운 지표다.

수치에도 함정이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사망·실종 숫자는 700, 900, 1,300, 4,800으로 불어난다. 이 숫자들이 말해주는 것은 대략적인 규모일 뿐, 말해주지 않는 것은 그 한 명 한 명의 가족들이 병원 밖에서, 무너진 마을에서 이름이 불리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실종'이라는 단어는 은근히 희망의 여지를 남기지만, 그 가족들에게는 열흘째 이어지는 미지의 고통일 뿐이다. 수치는 현실을 집계하는 도구이지, 현실 자체가 되면 안 된다.

진보와 보수, 각국 매체의 프레임에도 공통의 맹점이 있다. 한국과 중국 쪽은 각자 "우리 구조대가 생명을 구했다"는 내셔널 프레임을 강조하고, 기후 단체는 "기후변화의 경고"를 외칠 것이다. 나는 둘 모두를 인정하되, 둘이 함께 가리는 것이 있다고 본다. 이 리스크는 국경을 모른다. 국경 너머 티베트 쪽에서 갈라진 빙하 호수가 네팔 마을을 덮쳤다. 자연의 재해는 인위적 경계선을 넘지만, 인프라와 재난관리 시스템은 오직 각국의 경계 안에서만 움직인다. 위험은 공유되고, 대비는 분절된 채 남아 있는 것이다.

히말라야의 빙하는 기후 변화 속에서 계속 녹고 있다. 이런 대홍수는 더 이상 '특이 사건'이 아니라 '새로운 정상'이 될 공산이 크다. 그런데도 재건 계획은 같은 계곡, 같은 수력 자리에 다시 세우는 쪽으로 향한다. 재앙을 앞서 막을 수 있는 공동의 모니터링과 조기경보 체계는 여전히 취약한 채다.

어둠 속에서 일주일 넘게 한 줄기 빛을 기다렸던 남자는 살아 돌아왔다. 그 빛을 만든 것은 그의 의지라기보다 구조대의 헌신이었다. 그러나 그가 걸어나온 계곡 전체와, 아직 수색 중인 수천 명에게, 그리고 앞으로 태어날 수많은 사람에게, 빛이 언제 올지는 아무도 보장하지 못한다. 이 재난이 남긴 가장 큰 질문은 그에게가 아니라 우리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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