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오의 생각] 폴란드 국경 2㎞ 앞, 그 열차를 노린 드론의 '부재중 전화'
9월 13일 새벽, 우크라이나 서부 야호딘(Yahodyn) 역. 하늘에선 제트 추진 드론 한 대가 철로를 따라 미끄러지듯 날아가고 있었고, 승객 206명을 태운 키이우~바르샤바 행 여객열차의 기관차가 그 포착된 순간 폭발했습니다. 승객들은 15분 전 내려진 대피 명령 덕에 이미 플랫폼에 흩어져 있었고, 그들은 아슬아슬하게 목숨을 건졌습니다. 드론이 떨어진 지점은 폴란드 국경에서 겨우 2㎞, 도로허스-야호딘 국경검문소에서 1㎞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공격의 가장 섬뜩한 디테일은 다른 데 있습니다. 같은 시각, 같은 철로 위에서 불과 몇 분 앞서 지나간 '외교 열차'가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열차에는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 스웨덴의 칼 빌트 전 총리, 그리고 유럽 각국의 안보 고문들이 타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키이우에서 열린 Yalta European Strategy 회의를 마치고 귀국길에 오른 참이었습니다. 우크라이나 국영 철도 우크르잘리즈니차는 드론의 원래 표적이 다름 아닌 그 외교 열차였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외교 열차는 드론 위협으로 인해 일정이 수시로 바뀌는 와중에 예정보다 일찍 출발했고, 드론이 도착했을 시점에는 열차 뒤쪽에서 폭발이 일어났습니다. 같은 역에는 전 CIA 국장 데이비드 페트라이어스가 탄 또 다른 열차도 머물고 있었습니다.
러시아는 "서부 우크라이나의 철도 인프라를 타격했다"고만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유럽 안보 수장들과 전직 CIA 국장이 그 자리에 있었다는 사실, 외교 열차가 일찍 떠나지 않았다면 드론이 정확히 그 시간에 그 열차를 겨냥했을 것이라는 철도 당국의 판단은 단순한 '군사 목표물 공격'이라는 러시아의 프레임을 설명할 수 없게 만듭니다. 영국·스웨덴·스페인·독일 매체가 모두 같은 정황을 인용해 보도했고, 그중 어느 한 매체만의 주장이 아닙니다. 다만 드론이 실제로 외교 열차를 노렸는지, 아니면 운이 아니라 정밀한 실수를 한 것인지는 공개된 정보만으로는 확정할 수 없습니다.
이 사건이 던지는 진짜 질문은 "누가 노리려 했나"보다, 우리가 이 드론 한 대에 그토록 놀라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러시아는 이달 초 키이우의 철도 차량기지를 타격해 철도 직원 여섯 명을 숨지게 했고, 남부 우크라이나에서는 여성 차장이 드론 공격에 사망했습니다. 1월에는 하르키우 북동부의 승객 밀집 열차 공격으로 다섯 명이 목숨을 잃었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걸 '테러리즘'으로 규정했습니다. 2022년 침공 뒤 하늘길이 전면 중단된 우크라이나에서 열차는 몇백만 명의 유일한 이동 수단입니다. 다시 말해, 오늘 아침 폴란드 국경의 기관차 폭발은 예외가 아니라 우크라이나인들이 매일 마주하는 일상의 일부입니다. 이번엔 지구촌 언론의 카메라가 따라갔을 뿐, 그 안에 탄 사람들은 지난 4년간 똑같이 위험한 철길을 매일 오고 갔습니다.
그러니 존슨 전 총리가 X(옛 트위터)에 남긴 한 줄이 오히려 냉정하게 와닿습니다. "푸틴이 폴란드 국경의 정지된 우크라이나 기관차를 폭파시킨 뒤틀린 논리를 모르겠다." 이 말은 반쯤 진실입니다. 정확히는, 우리 대중이 그 '뒤틀린 논리'를 이해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을 때, 모스크바는 전혀 다른 논리로 움직여 왔습니다. 목표가 서방의 유명 인사이든 민간 열차든, 이 공격들은 하나의 전략적 메시지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즉 "서방의 지도자들이 안 보이는 곳에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수 있다 생각하겠지만, 우리는 그들이 어디에 어느 순간 있는지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양측 모두가 외면하는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진보 진영은 이 사건을 "나토와 EU의 문 앞까지 두드린 푸틴의 테러"로 규정하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연장의 당위로 삼고, 러시아 편향 또는 우회적인 매체는 "러시아는 철도 인프라만 공격했다"는 프레임으로 인민·민간인의 표적을 지우려 합니다. 두 프레임은 모두 이 드론이 실제로 우크라이나인과 방문객 누구를 향했는가라는 가장 기본적인 사실을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가립니다. 이 드론이 떨어지고 15분 뒤, 폴란드 군과 우크라이나 당국은 같은 사건을 두고 2㎞라는 거리, 800m라는 거리를 다르게 집계했습니다. 그 세부 숫자의 불일치조차, 우리가 이 전쟁을 '이야기'로 소비하는 동안 전선의 실체는 늘 조금씩 어긋나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킵니다.
그리고 그 어긋남이 바로 이 사건의 장기적 함의입니다. 5~10년 뒤를 내다본다면, 이번 공격이 중요한 것은 드론 명중률이 아니라 그게 남긴 절차의 유산입니다. 외교 열차가 일정을 일찍 당기고, 승객이 15분 만에 대피하고, 철도 당국이 '표적이 외교 열차였을 수 있다'는 판단을 공식화한 것. 이것은 침공 이후 단 한 번의 사건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국제회의·정상 방문·인도적 봉사라는 문명적 관행이 모두 '언제 공습이 올지 모르는' 보안 체계 아래로 재편되는 과정의 한 장면입니다. 서방 고위인사들은 이제 우크라이나의 철도를 '위험한 이동 수단'으로 관리하게 되었고, 그러한 정상화는 그 자체로 러시아가 가장 바라던 승리입니다. 폭력이 일상의 일부가 될 때, 그 폭력의 대상이 얼마나 중요한 인물인지는 덜 중요해집니다.
나는 이렇게 본다고 단언하겠습니다. 이번 드론 공격이 정말로 외교 열차를 노렸다면, 그것은 우크라이나 지원을 막기 위한 것이 아니라 서방 지도부의 '안전한 뒤에서 지원'이라는 기만을 벗겨내기 위한 연출된 위협이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정작 우크라이나인에게는, 그 연출의 1㎞ 안쪽에서 지난 4년 내내 매일 목숨을 걸고 철길을 타고 온 익명의 승객들이 있었습니다. 드론이 불과 몇 분 뒤 떨어진 것이 그 외교 열차가 아니라 그 익명의 206명이었다는 사실이, 이 사건의 가장 잊지 못할 아이러니입니다.
야호딘의 기관차는 이제 폐철구조물로 서 있을 것입니다. 문제는 그 폐허가 남긴 질문입니다. 드론이 떨어지는 순간까지 대피 명령으로 승객들을 지킨 그 15분은 얼마나 더 많은 이들에게 주어져야 할까. 유럽의 안보 수장들이 다음 회의에 참석할 때, 그들이 이번에는 '조금 더 일찍 떠나는 열차'가 아니라 '안전한 열차'를 탈 수 있는 날이 언제 올까. 우리는 드론의 궤적을 추적하며 화들짝 놀라지만, 그 궤적이 매일 스치고 지나가는 무명의 기관차들에 대해서는 좀처럼 놀라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둔감함이, 어쩌면 이 전쟁이 이토록 오래 끌리는 이유의 일부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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