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오의 생각] 50% 관세 뒤에 숨은 숫자 — 브라질이 정말 파는 것
지난 목요일 밤, 브라질 텔레비전에 1분짜리 광고가 나갔습니다. 여성 목소리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플라비우 보우소나루는 트럼프의 후보입니다. 트럼프가 원하는 것은 브라질을 식민지로 만드는 것입니다. 우리의 재물을 가져가고, 우리의 미래를 훔치고, 우리를 먼지 속에 버려두는 것입니다.”
식민지(다른 나라가 와서 자기 땅처럼 다스리는 것)라는 말은 브라질에서 가벼운 단어가 아닙니다. 브라질은 1500년부터 1822년까지 포르투갈의 식민지였습니다. 그래서 이 광고는 국민이 기억하는 오래된 상처를 정확히 겨눕니다. 룰라 대통령은 같은 날 자기 SNS에 이렇게 썼습니다. “보우소나루에게 맡기면 브라질은 다시 식민지가 된다.”
미국 국무부는 곧바로 부인했습니다. “민주 국가의 선거를 흔들려는 계략이라는 주장은 근거 없는 거짓말”이라고요.
선거는 다음 달 4일입니다. 여론조사에서 두 후보는 47.7퍼센트 대 47.4퍼센트로 붙어 있습니다. 조사마다 순위가 뒤바뀌고, 오차범위(조사 결과가 실제와 2퍼센트포인트쯤 다를 수 있다는 뜻) 안에 있어 누가 앞선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아무도 과반을 얻지 못하면 10월 25일 결선에서 다시 붙습니다.
여기서부터가 중요합니다. 이 싸움은 광고 속 말싸움이지만, 광고 뒤에 깔린 사실들은 말싸움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먼저 관세입니다. 관세는 다른 나라 물건이 들어올 때 붙이는 세금입니다. 지난해 7월 트럼프 대통령은 브라질 제품에 50퍼센트 관세를 붙이겠다고 하면서, 그 이유로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재판을 직접 들었습니다. “이 재판은 열려서는 안 된다”고 적었습니다. 재판을 멈추게 하려고 세금을 무기로 쓴 셈입니다.
올해 7월에는 미국 무역법 301조(불공정 무역 관행에 벌을 주는 규정)로 25퍼센트 관세가 붙었습니다. 명분은 디지털 거래와 지식재산권이었습니다. 그런데 숫자를 보면 이상합니다. 미국은 브라질과의 무역에서 오히려 돈을 버는 나라입니다. 지난해 미국이 브라질에 판 물건은 544억 달러, 브라질이 미국에 판 물건은 399억 달러였습니다. 돈을 더 버는 쪽이 손해 보는 쪽에 벌금을 매긴 구조입니다. 무역 불균형을 바로잡는 세금이라면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브라질 정부도 가만있지 않았습니다. 선거 시스템의 신뢰를 흔들 목적으로 온다고 판단한 미국 국무부 당국자 두 명의 비자를 거부했습니다. 브라질 정보기관은 미국의 개입 위험이 ‘임계’ 수준이라는 비밀 보고서를 선거 당국에 보냈습니다. 미국 의회에서는 민주당 의원 31명이 루비오 국무장관에게 편지를 보내 “미국이 브라질 민주주의를 지키기는커녕 개입하고 불안정하게 만드는 쪽에 서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자금의 흔적도 나왔습니다. 록브리지(Rockbridge)는 미국 부통령 JD 밴스가 만든 보수 성향 자금 모임입니다. 이 모임이 브라질 기업인과 정치인을 만나 지사를 세우려 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플라비우 보우소나루와 가까운 인물이 만든 22쪽짜리 문서에는 브라질이 미국과 손잡고 중국을 뺀 핵심광물 공급망을 만들자는 내용이 담겼고, 표지에는 플라비우 캠프 로고가 있었다고 합니다. 만든 사람은 “선거 캠프와 무관하고 미국 관계자에게 보여준 적 없다”고 부인했습니다. 이건 확인된 사실이 아니라 서로 다른 주장입니다. 다만 플라비우 본인이 보수 정치 모임에서 “브라질이 미국의 대중국 의존을 끊는 해결책”이라고 말한 것은 공개된 발언입니다.
여기서 숫자의 함정을 짚어야 합니다. 뉴스는 관세 50퍼센트, 25퍼센트 같은 숫자에 눈이 갑니다. 하지만 이 사건의 진짜 숫자는 다른 곳에 있습니다.
브라질은 희토류(전기차 모터와 스마트폰, 미사일에 들어가는 희귀 금속) 매장량이 2,100만 톤으로 세계 2위입니다. 1위는 중국으로 4,400만 톤입니다. 니오븀(강철을 단단하게 만드는 금속)은 매장량의 90퍼센트 넘게 브라질 땅에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상반기 브라질이 캔 희토류의 약 90퍼센트가 중국으로 갔습니다. 왜 자기 땅에서 캔 금속을 중국에 팔까요. 캐내는 일은 쉽지만, 흙에 섞인 금속을 하나씩 분리해 쓸 수 있게 만드는 정제 기술을 중국이 세계의 90퍼센트 넘게 쥐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제는 이 산업에서 돈의 절반 가까이가 남는 단계입니다. 브라질 지질조사국 국장의 말은 이렇습니다. “오늘날 가장 큰 어려움은 광석 부족이 아니라 기술 부족입니다.”
그래서 ‘식민지’라는 말은 과장이지만, 완전히 틀린 말도 아닙니다. 땅은 브라질에 있는데, 그 땅이 돈이 되는 마지막 단계는 다른 나라 손에 있습니다. 옛 식민지 때와 구조가 닮았습니다. 바뀐 것은 이름뿐입니다.
그러면 누가 이득을 볼까요. 미국은 중국을 뺀 공급망을 원합니다. 중국은 이미 브라질 희토류의 대부분을 사들이고 있습니다. 양쪽 모두 브라질이 필요합니다. 필요로 하는 쪽이 둘이면, 가진 쪽은 값을 부를 수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룰라 정부는 이미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제안한 ‘미국 우선 공급’ 방식을 거절하고, 미국 기업이 브라질 안에 공장을 짓고 가공한 제품을 사 가는 방식을 요구했습니다. 한국과도 지난 7월 정상회담에서 핵심광물 공급망의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하자는 약속을 맺었습니다. 원광(캐낸 그대로의 돌)을 파는 나라에서 기술을 받아내는 나라로 가려는 시도입니다.
내가 보는 이 사건의 핵심은 여기에 있습니다. 룰라 진영의 광고는 ‘주권’을 말하고, 야권은 ‘물가’를 말합니다. 9월 브라질 물가는 1년 전보다 4.47퍼센트 올라 중앙은행 목표 상한인 4.5퍼센트에 바짝 붙었고, 가구의 82퍼센트가 빚을 안고 있습니다. 이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두 이야기 모두 브라질 국민이 자기 땅의 값으로 무엇을 받아낼 수 있는지에는 답하지 않습니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원광을 팔고 완제품을 사 오는 구조가 그대로라면, 다음 정부도 같은 자리에 섭니다.
나는 룰라 광고의 ‘식민지’가 선거용 과장이라고 봅니다. 1분짜리 광고는 증거가 아닙니다. 그렇다고 미국 국무부의 “근거 없는 거짓”이라는 한 줄을 그대로 믿을 수도 없습니다. 재판과 연결된 관세, 비자 거부, 정보기관의 경고, 자금 모임의 흔적까지 — 근거는 한쪽에만 쌓여 있지 않습니다. 다만 이 광고가 진짜 노린 것은 사실 확인이 아니라 표심입니다. 국민에게 “당신의 표를 다른 나라가 탐내고 있다”고 말하는 것, 그 자체가 강력한 선거 문법입니다.
더 무서운 것은 투표 결과 그 자체가 아닙니다. 룰라 진영이 걱정하는 것은 플라비우가 지면 미국이 그 결과를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입니다. 브라질은 2022년에 이미 그런 일을 겪었습니다. 선거에서 진 대통령이 결과를 뒤집으려 했고, 지금 감옥에 있습니다. 이번에는 바깥에서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불안이 선거를 덮고 있습니다.
10년 뒤를 보면 그림이 더 분명합니다. 아르헨티나와 온두라스, 콜롬비아에서 비슷한 압박이 반복됐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중남미에서 미국 대통령과 같은 편에 선 정상이 2023년 두 명이었는데 지금은 13명이라는 연구자 분석도 있습니다. 이 흐름이 굳으면 자원을 가진 나라의 선거는 매번 같은 시험지가 됩니다. “당신의 땅을 누구에게 주겠는가.”
우리에게도 남의 일이 아닙니다. 한국은 광물을 사 오는 나라입니다. 반도체와 전기차를 만드는 데 필요한 금속을 남에게서 삽니다. 그렇다면 관심사는 분명합니다. 브라질 같은 나라에 공장과 기술을 주고 자원을 받는 쪽에 서느냐, 값을 부르는 쪽에 끌려가느냐입니다. 지난 7월의 약속이 실제 계약이 되느냐가 그 답의 일부가 될 것입니다.
다음 달 4일 브라질 국민이 고르는 것은 대통령 한 사람이 아닙니다. 자기 땅의 값입니다. 그 값은 투표용지 어디에도 적혀 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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