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오의 생각] 아이들이 숫자로 세어지는 교실

이탈리아의 교실에서 아이들이 숫자로 세어지기 시작했다.

지난 목요일(9월 24일), 이탈리아 정부는 새 법령을 통과시켰다. 한 반에 이탈리아어가 서툰 아이가 30퍼센트를 넘지 못하게 하는 규칙이다. 같은 법령에는 학교에서 부르카와 니캅을 금지하는 내용도 들어 있다. 부르카는 얼굴과 몸 전체를 가리는 옷이고, 니캅은 눈만 남기고 얼굴을 가리는 옷이다. 머리만 감는 히잡은 금지 대상이 아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이 조치를 "사람을 갈라놓지 않고 진짜 통합을 돕는, 상식적인 도구"라고 불렀다. 야당은 반대한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극우 정당의 인기에 편승하려는 정치적 계산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잠깐 멈춰야 한다. 이 법은 사실 새로운 것이 거의 없다.

30퍼센트 상한은 2010년부터 이미 있었다. 다만 법이 아니라 교육부의 행정 지침(정부 부처가 내리는 규칙)이었고, 현장에서는 자주 지켜지지 않았다. 이번 법령은 그 지침을 법으로 바꾸고, 어긴 사람에게 최대 1,000유로(약 150만 원)의 벌금을 물린다. 아이가 어기면 부모가 낸다. 적용은 2027~2028학년도부터, 각 학교의 첫 학년에만 해당한다.

그렇다면 진짜 질문은 이것이다. 왜 지금인가.

올해 2월, 퇴역 장성 로베르토 반나치가 '국민미래'라는 정당을 만들었다. 이 정당은 외국인을 원래 나라로 돌려보내자는 '재이민'을 내걸고, 학교를 핵심 전장으로 삼았다. 교실에 이슬람이 섞이면 이탈리아 정체성이 망가진다는 주장이다. 지지율은 조사에 따라 6~8퍼센트다. 창당 반년 만에 기존 우파 연합의 일부 정당을 앞질렀다. 멜로니 총리가 이 이슈를 빼앗아 온 것이다. 교육부 장관은 "우리가 반나치를 쫓는 게 아니라 그가 우리를 쫓는다"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이 법을 이렇게 본다. 이것은 교육 정책이 아니라 영토 싸움이다. 누가 '이민자에게 강한 사람'인지를 두고 벌이는 경쟁에서, 멜로니는 반나치가 쓸 수 있는 카드를 먼저 내려놓았다. 정책의 수혜자는 아이들이 아니라 여론이다.

숫자를 함부로 믿지 말아야 하는 이유도 있다. 이탈리아 전체 학생 가운데 외국 국적자는 11.6퍼센트, 약 90만 명이다. 그런데 독립 팩트체크 매체의 계산을 보면, 이탈리아에서 태어난 이민자 2세를 빼고 세면 외국인 비율이 30퍼센트를 넘는 학교는 7.2퍼센트에서 0.5퍼센트로 줄어든다. 다시 말해 이 상한은 이탈리아에서 나고 자란 아이를 겨누는 게 아니라, 막 도착한 아이를 겨눈다. 이탈리아어를 배우는 데 가장 절실한 아이들이다. 그 아이가 다른 동네 학교로 밀려나거나 입학이 늦어지면, 이탈리아어를 배울 시간도 줄어든다. 통합을 목표로 내걸고, 통합의 통로를 막는 셈이다.

부르카 금지 쪽은 더 이상하다. 이탈리아 학교에서 10년 넘게 일한 한 교사는 "부르카나 니캅을 쓴 학생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개인의 경험이 통계는 아니다. 하지만 이탈리아 교실에서 부르카 착용이 얼마나 흔한지 보여주는 자료는 논의 과정에서 한 번도 제시되지 않았다. 없는 문제를 금지하는 법은 문제를 푸는 법이 아니다. 그건 깃발을 꽂는 일이다.

이 지점에서 진보와 보수 어느 쪽도 잘 묻지 않는 것이 있다. 교육부 장관의 말에 따르면 외국인 학생이 30퍼센트를 넘는 학급이 이탈리아에 3만 4천 개나 된다. 왜 그렇게 됐을까. 답은 교실 밖에 있다. 공장과 농장이 있는 북부 지역에 이민 노동자가 몰려 살고, 집값이 낮은 동네에 사람이 모이고, 학교는 동네 아이를 받는다. 교장 협회장은 이렇게 물었다. "그 동네 아이들이 대부분 외국인이라면, 우리가 그 아이들을 어디로 보내나?" 교실에서 숫자를 줄여도 동네는 그대로다. 한 학교 문에서 다른 학교 문으로 문제를 옮길 뿐이다.

그리고 이 모든 이야기 위에 놓인 사실이 하나 더 있다. 이탈리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늙는 나라 가운데 하나다. 지난해 태어난 아이는 35만 5천 명, 죽은 사람은 65만 2천 명이었다.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는 아이 수)은 1.14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학교는 비어 가고 있다. 그 빈자리를 메우는 것이 이민자 가정의 아이들이다. 외국인 노동자는 이미 이탈리아 노동력의 약 10퍼센트다. 이 나라가 앞으로 20년 동안 가장 필요로 할 사람들이 바로 그 아이들이다.

그런데 이탈리아는 그 아이들에게 국적을 주지 않는다. 이탈리아에서 태어나도 18살이 되어야 신청할 수 있다. 학교를 다닌 아이에게 시민권을 주자는 법안은 여러 번 발의되고 여러 번 부결됐다. 나라가 돈을 들여 가르치는 아이에게 국적을 주지 않는 이 모순을, 집권 연합의 외무장관조차 "90만 명을 가르치면서 왜 시민으로 인정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부르카는 눈에 보인다. 사진이 나온다. 그래서 정치인들이 좋아한다. 하지만 나라를 무너뜨리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빈 교실, 줄어드는 세금 내는 사람, 채워지지 않는 일자리. 그 숫자를 세는 일은 어렵고, 사진도 나오지 않는다.

이탈리아가 이번 주에 한 일은 어려운 숫자를 세는 대신 쉬운 상징을 고른 것이다. 긴급 법령이라는 형식도 그 선택에 어울린다. 긴급 법령은 의회 표결 전에 바로 힘을 발휘하고, 무효로 만들려면 의회가 60일 안에 적극적으로 부결시켜야 한다. 논쟁이 기본값이 아니라 예외가 된다.

첫 문장으로 돌아가 보자. 이탈리아 교실에서 아이들이 숫자로 세어지기 시작했다. 교실에서 아이를 세는 일은 쉬운 정치다. 정작 어려운 것은, 그 아이들이 자라서 이 나라를 떠받치는 날 이 나라가 그 아이들을 무엇이라고 불렀는지 기억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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