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오의 생각] 문 39개가 열린 날, 450개의 문은 왜 그대로였나
지난주 금요일 밤부터 토요일 새벽 사이, 남미 베네수엘라의 감옥 몇 곳에서 문이 열렸습니다. 나온 사람은 39명. 정치범입니다. 정치범은 정부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잡혀 있는 사람을 말합니다.
그중에는 2018년에 옛 대통령을 죽이려 했다는 혐의로 5년형을 받은 대학생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의 형기는 2023년에 이미 끝나 있었습니다. 감옥에 있을 이유가 3년 넘게 없었던 셈입니다. 9년을 갇혀 있다 나온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러면 왜 하필 이번 주에 문이 열렸을까요. 달력을 보면 답이 보입니다.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은 지난주 화요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났습니다. 사흘 뒤 감옥 문이 열렸습니다. 금요일에는 정부와 야권이 두 번째 협상 테이블에 앉았습니다. 야권은 정부와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입니다. 이 협상은 미국이 뒤에서 주선합니다.
여기에 숫자를 하나 더 붙여야 합니다. 39명이 나온 그 무렵, 감옥에 남아 있는 사람은 344명이었습니다. 인권단체 '포로 페날'이 지난 9월 18일 기준으로 센 숫자입니다. 다른 단체 '헤페'는 같은 무렵 450명이라고 말합니다. 어느 쪽이 맞는지 정부는 밝히지 않습니다. 정부는 오랫동안 "정치범은 없다"고 주장해 왔고, 이번 석방도 선의와 화해의 표시라고 설명합니다.
즉 문이 활짝 열린 게 아니라 문틈으로 몇 명이 나온 겁니다.
더 눈에 띄는 건 리듬입니다. 지난 1월, 미국이 마두로 전 대통령을 군사 작전으로 붙잡아 갔습니다. 그 직후 수백 명이 풀려났습니다. 4월, 로드리게스가 사면 제도를 "끝났다"고 선언하자 석방은 뚝 끊겼습니다. 사면은 죄를 없던 걸로 해 주는 제도입니다. 인권단체들은 그 법에 만료 기한이 없는데 대통령이 혼자 끝낼 수는 없다며 반발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주, 미국 대통령과 만난 직후 다시 문이 열렸습니다.
같은 이유로 열리고 같은 이유로 닫힌다면, 그건 법이 아니라 거래입니다.
숫자가 이번 사건의 진짜 성격을 보여줍니다. 로드리게스는 4월에 사면 혜택을 받은 사람이 8,616명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 대부분은 이미 감옥 밖에 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감시 조건이 풀린 것이지 문이 열린 게 아니었습니다. 실제로 감옥에서 나온 사람은 정부 계산으로 314명, 독립단체 계산으로 110명이었습니다. 미국 국무장관 루비오는 마두로 이후 1,000명 넘게 풀려났다고 했습니다.
같은 사건에 110, 314, 1,000, 8,616. 이렇게 벌어지는 이유는 하나입니다. 무엇을 '석방'으로 셀지 정하는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감옥에 몇 명이 있는지조차 국민이 알 수 없다면, 감옥이 비었다는 말도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리고 이번 주 베네수엘라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은 협상 테이블에 없었습니다.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입니다. 지난해 12월 노르웨이에서 노벨평화상을 받으러 나간 뒤 자기 나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파나마에 있습니다. 지난주 월요일과 화요일, 하루 사이에 세 번 귀국을 시도했다고 합니다. 배편은 취소됐고 비행기 두 대는 뜨지 않았습니다.
그는 지금 베네수엘라 정치인 중 가장 높은 지지율을 가진 사람입니다. 7월 조사에서 72%였고 8월에는 53%로 내려갔습니다. 그를 협상에서 빼놓는 이유도, 그가 나라에 못 들어가는 이유도, 어쩌면 같은 곳에 있습니다. 그가 앉으면 나오는 답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선거는 언제일까요. 로드리게스는 유엔 연설에서 "베네수엘라에서 선거가 열릴 것"이라고 분명히 말했습니다. 날짜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로이터가 정치 관계자 다섯 명을 취재한 결과, 선거는 내년 말이나 그 이후에나 가능하다고 합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공정한 선거를 하려면 대법원 판사 32명과 선거관리위원 5명을 새로 뽑아야 합니다. 그런데 그 자리에 지금 앉아 있는 사람들이 마두로 때 임명된 사람들입니다. "우리를 감시할 사람을 우리가 새로 뽑겠다"는 말은 원래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그 시간 동안 나라는 임시 대통령이 계속 맡습니다. 대법원이 준 임시 임기는 6개월이었고 지난 4월에 끝났습니다. 법적으로는 그때부터 근거가 흐릿해졌습니다.
이 와중에 나라의 기름 이야기가 돌아갑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이걸 "세계 역사상 가장 큰 석유 거래"라고 불렀습니다. 베네수엘라 땅속 기름 650억 배럴에 대한 권리를 미국이 확보했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 숫자는 몇 가지를 견디지 못합니다. 베네수엘라 법은 외국과의 개발 계약을 25년으로 제한하고, 국영기업이 지배 지분을 갖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미국 쪽이 말한 100년은 애초에 불가능한 조건입니다. 650억 배럴도, 땅속 기름을 20%나 뽑아낸다고 가정해야 나오는 숫자입니다. 보통은 6~8%로 잡습니다. 그러면 200억 배럴쯤입니다.
게다가 기름은 몇 년 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생산을 지금의 하루 110만 배럴에서 150만 배럴로 늘리는 데만 1천억 달러, 우리 돈 137조 원이 필요하다고 로드리게스 본인이 말했습니다. 계약을 맺은 상대는 선거로 뽑힌 사람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 계약은 그 사람보다 오래갑니다. 정치가 멈춰 있는 동안 경제 계약만 앞서 나간 셈입니다.
기다리는 사람들의 발밑은 무너졌습니다. 지난 6월 24일, 규모 7.2와 7.5의 지진이 두 번 덮쳐 6,300명 넘게 죽었습니다. 두 달 전에 열린 첫 협상의 주제는 해외에 묶인 베네수엘라의 돈을 풀어 재건에 쓰자는 것이었습니다. 8월의 안건도, 9월의 안건도 결국 같은 돈입니다.
나는 이 장면을 이렇게 봅니다. 지금 베네수엘라를 두고 실제로 협상하는 두 당사자는 정부와 야권이 아닙니다. 미국과 옛 차베스 세력입니다. 서로 대립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한 가지에는 뜻이 같습니다. 선거를 서두르지 않는 것.
미국은 기름과 이민 문제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싶어 하고, 임시 정부는 자리를 지키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미국은 "민주적 이행", 정부는 "화해와 관용"이라고 부릅니다. 두 표현은 다르지만 가리키는 것은 같습니다. 기한 없는 미루기입니다. 그 미루기에서 빠진 사람이 그 나라 국민입니다.
정부에도 할 말은 있습니다. 군부와 강경파가 버티는 판에서 진짜로 권력을 넘기면 자신들이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인권단체들도 기관이 정비되기 전에 서둘러 투표하면 2024년처럼 결과를 믿을 수 없는 선거가 또 나올 수 있다고 걱정합니다. 그 걱정은 타당합니다.
다만 걱정과 핑계는 다릅니다. 기관 정비는 구실이 아니라 일정이어야 합니다. 지금 제시된 일정은 없습니다. 마차도의 귀국을 미루라고 요청한 쪽도 사실은 미국입니다. 그가 돌아오면 자기 계획이 흔들릴까 봐 걱정한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양쪽이 같은 결론을 내린 겁니다. 그 사람은 지금 오면 안 된다고.
나는 여기서 20세기 남미에서 되풀이된 장면을 봅니다. 자원을 가진 나라에서,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정부와 외국이 계약을 맺고, 그 계약이 다음 세대까지 사람들을 묶어두는 장면입니다. 그때마다 "안정"이라는 말이 먼저 나왔습니다. 안정의 값은 국민이 치렀습니다. 이미 800만 명이 나라를 떠났습니다. 인구의 4분의 1에 가까운 사람들이 자기 나라를 포기했습니다. 남은 사람들은 아직 투표 날짜도 모릅니다.
이번 주 39명의 가족에게는 축복입니다. 나머지 450명의 가족에게는 또 한 번의 기다림입니다. 그리고 다음 문이 열릴 시점은 감옥 안의 규칙이나 법원의 판결이 아니라, 뉴욕에서 무슨 회담이 있었는지로 정해졌습니다. 그게 이번 주 뉴스의 진짜 내용입니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봅니다. 지금 필요한 건 석방 명단이 아니라 날짜입니다. 선거 날짜가 정해지고, 마차도가 자기 나라 땅에 내릴 수 있게 되고, 감옥에 몇 명이 있는지 정부가 직접 밝히는 것. 이번 주에는 그 셋 중 하나도 없었습니다. 39명은 진전이 아니라 지불입니다. 문이 열린 게 아니라 요금을 낸 겁니다.
다음 뉴스가 "몇 명이 풀려났다"가 아니라 "며칠에 투표한다"이기를 기다립니다. 감옥 문보다 투표소 문이 먼저 열려야, 다음에 잠기는 문이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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