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오의 생각] 100만 달러가 노린 것은 선거가 아니라 법원이었다

선거를 이틀 앞둔 브라질에서 검찰총장이 형사 고발장을 냈다. 이 사건을 촉발한 건 1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4억 원이었다. 미국 연방 정부 예산 전체와 견주면 티끌 같은 액수다. 그런데 그 돈이 어디로 가려 했는지가 문제였다.

미국 국무부에는 '인권민주주의기금(HRDF)'이 있다. 미국 의회가 "권위주의 나라에서 인권을 지키는 사람들을 돕는 데 쓰라"며 정해준 돈이다. 올해는 약 2억 500만 달러가 배정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돈 가운데 1억 7500만 달러가 넘는 금액을 전혀 다른 곳으로 돌리려 했다.

그 목록에는 공산주의에 반대하는 단체를 돕는 4000만 달러, 남아프리카 백인(아프리칸너)의 권리를 주장하는 단체 지원, 그리고 '브라질의 사법 무력화와 검열에 맞선다'는 이름의 100만 달러가 들어 있었다. 이 돈은 정부의 회계연도가 끝나기 몇 시간 전에 급하게 확정됐다. 감시할 시간을 주지 않은 셈이다.

왜 하필 브라질 대법원이었을까. 지난해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2022년 대선에서 진 뒤 결과를 뒤집으려 했다는 혐의로 27년형을 선고받았다. 이 재판을 이끈 사람이 알레샨드리 지 모라이스 대법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재판을 '마녀사냥'이라 불렀고, 브라질에 다른 나라보다 훨씬 무거운 관세를 매겼다.

여기서 많은 사람이 놓치는 지점이 있다. 미국이 노린 것은 이번 선거 자체가 아니다. 법원이다.

선거는 이겨도 다음에 질 수 있다. 하지만 법원은 한 번 '정치 도구'라는 낙인이 찍히면 회복에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린다. 100만 달러는 선거 광고에 쓰이는 돈이 아니다. '로페이'를 겨냥한 돈이다. 로페이는 법(law)과 전쟁(warfare)을 합친 말로, 법을 무기처럼 써서 정적을 누른다는 뜻이다. 요컨대 "이 법원은 정치 재판을 한다"는 인식을 퍼뜨리는 데 쓰이는 돈이다.

그 인식이 자리를 잡으면 어떻게 될까. 쿠데타 재판은 정의가 아니라 정치 보복이 된다. 그러면 27년형도 흔들린다. 표를 바꾸지 않고도 원하는 결과를 얻는 셈이다. 돈은 적지만 효과는 크다.

물론 반대편 주장에도 들을 만한 대목이 있다. 볼소나루 진영은 "법원이 법을 악용해 우리를 탄압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브라질 대법원은 지금 모라이스 대법관과 안드레 멘돈사 대법관이 서로를 고발하며 싸우는, 민주화 이후 최악의 내홍을 겪고 있다.

그러나 '법 탄압'을 앞세우는 사람들에게도 약점은 있다. 플라비우 볼소나루는 지난 5월 문을 닫은 은행의 주인에게서 약 1200만 달러를 받은 의혹을 받는다. 그 은행의 사기 규모는 수십억 달러로 추정된다. 대법관들까지 이 사건에 얽혀 있다. 법원이 정치적이라 외치는 사람들이 스스로 사법 위험을 안고 있는 셈이다.

룰라 진영의 말도 정확하진 않다. 룰라 대통령은 "트럼프가 브라질을 식민지로 만들려 한다"고 말한다. 강한 구호지만 사실과는 다르다. 미국이 브라질의 자원을 빼앗으려는 게 아니다. 오히려 브라질은 미국과의 무역에서 이익을 보는 나라다. 미국이 바꾸려는 것은 자원이 아니라 규칙이다.

그래서 양쪽이 함께 가리는 진실은 이렇다. 미국의 목적은 브라질이 아니라 본보기다. 아르헨티나, 온두라스, 콜롬비아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보내는 신호는 하나다. "미국 대통령의 편을 재판하면 대가를 치른다."

이 신호가 퍼지면 5년, 10년 뒤에 남는 것은 무엇일까. 스스로의 권력자를 심판할 수 있는 나라가 줄어든다는 사실이다. 법원이 자기 나라의 큰 인물을 처벌할 수 있는 힘은 국민이 마지막으로 쥔 안전장치다. 그것이 밖에서 온 돈으로 흔들리면, 그 나라는 겉으로는 민주주의를 유지하면서 속은 빠져나간다.

아이러니도 있다. 정작 이번 개입은 도우려던 후보에게 해가 됐다. 관세 때문에 브라질 국민이 화가 났고, "볼소나루 일가가 관세를 불러왔다"는 답이 여론조사에서 47~51%나 나왔다. 플라비우는 미국에 새 관세를 180일만 늦춰달라고 부탁하기까지 했다. 룰라 진영은 관세를 두고 '플라비우 관세'라 부르며 선거에 쓴다.

100만 달러는 브라질의 법원을 흔들려 했다. 그러나 그 돈과 함께 온 관세는 의도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돈을 낸 쪽은 자기가 민주주의를 가르친다고 믿었다. 그 문장이 이번 사건에서 가장 이상하다. 선거는 이틀 뒤 끝난다. 그러나 법원을 향한 겁박은 선거가 끝나도 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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