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오의 생각] 5천 미터에서 사람을 살린 건 제도가 아니라 사람이었다

2026년 9월 30일 새벽,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를 떠난 비행기 한 대가 이스라엘 텔아비브로 날아가고 있었습니다. 플라이두바이 항공 FZ1073편입니다. 승객과 승무원을 합쳐 174명이 타고 있었습니다.

출발한 지 두 시간 반쯤 지났을 때 조종실에서 사고가 났습니다. 부기장이 기장을 흉기로 찔렀습니다. 부기장은 오만 국적 남성이었고, 기장은 인도 출신 스미트 마차르였습니다.

비행기는 30초도 되지 않는 사이에 1만 미터 높이에서 5천 미터까지 곤두박질쳤습니다. 고도(하늘에서 땅까지의 높이)가 순식간에 산 두 개 높이만큼 내려간 셈입니다. 비행기가 롤러코스터처럼 떨어졌다고 말한 승객도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살아남은 방식이 이 사건의 핵심입니다. 그들을 살린 것은 제도가 아니라 사람이었습니다.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져 있던 마차르 기장이 마지막 힘을 짜내 조종실 문을 열었습니다. 그 틈으로 이스라엘 남성 승객 몇 명이 뛰어들었습니다. 한 명은 조종간을 잡아 뒤로 당겼고, 다른 이들은 부기장을 맨손으로 제압했습니다. 손이 거의 잘릴 뻔한 기장은 의사였던 승객이 응급처치했습니다. 마침 그 비행기에 타고 있던 플라이두바이 소속 조종사 두 명이 조종을 이어받아 사우디아라비아 타부크 공항에 무사히 내렸습니다. 174명 전원이 살았습니다.

여기까지는 용기 있는 사람들의 구조극입니다. 문제는 그다음부터입니다. 정치가 끼어들면서 이야기가 두 갈래로 갈라졌습니다.

이스라엘 정부는 사건이 터진 지 몇 시간 만에 이것을 “이슬람 극단주의자의 테러 시도”라고 규정했습니다. 네타냐후 총리는 부기장이 “이슬람 극단주의 사상을 주입받았다”, 제압된 뒤에는 “날 죽여라”라고 외쳤다고 했습니다. 카츠 국방장관도 테러라고 했습니다. 이스라엘 외교부는 이것이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의 관계 정상화 협정, 즉 아브라함 협정을 노린 공격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테러라고 단정할 근거로 제시된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이스라엘 방송은 동료 조종사들의 말을 인용해, 그가 “하루 종일 기도했고 여성과 악수를 거부했다”고 전했습니다.

잠깐 짚어 봅시다. 하루 종일 기도하고 여성과 악수를 하지 않는 사람은 독실한 보수 무슬림 신자일 뿐입니다. 전 세계에 그런 사람은 수억 명입니다. 그 습관만으로 어떤 계획을 세웠다거나 누구에게 지시를 받았다는 것을 알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몇 시간 만에 이것이 “테러리스트의 프로필”처럼 굳었습니다.

반대쪽 사실도 분명히 봐야 합니다. 부기장이 기장을 찌르고 비행기를 떨어뜨리려 한 행동은 심각한 범죄입니다. “날 죽여라”라고 외친 것은 스스로 죽으려 했다는 뜻이니, 테러일 가능성을 지금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이 사건을 책임지고 수사하는 곳은 이스라엘이 아니라 아랍에미리트(UAE)입니다. 비행기 안에서 생긴 범죄는 국제 규칙상 비행기 등록국이 먼저 수사하게 되어 있고, 이 비행기는 UAE 소속이기 때문입니다. UAE 검찰은 “테러와 관련됐는지, 미리 계획됐는지, 누가 시켰는지”를 아직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항공사는 “성급한 추측”을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트럼프는 “테러리스트가 아니라 그냥 정신이 이상한 사람일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오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배후가 테러 조직이라는 주장은 아직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 이스라엘 정치권의 주장입니다. 그런데 그 주장이 이렇게 빨리 나오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10월 27일 총선을 치릅니다. 그리고 10월 7일은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한 지 3년이 되는 날입니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금 궁지에 몰려 있습니다. 여론조사에서는 지지율이 크게 떨어졌고, 2023년 기습 공격을 미리 알고도 무시했다는 의혹이 계속 나옵니다. 이럴 때 “이슬람 테러리스트가 비행기를 추락시키려 했지만 이스라엘 사람들이 막았다”는 이야기는 아주 쓸모가 있습니다. 안보 실패를 안보 성공으로 바꿔 주니까요.

이스라엘 신문 하레츠는 “비행기를 살린 것은 제도가 아니라 개인의 용기였다”면서, 총리가 이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제가 보기에도 그 지적은 맞습니다. 기장과 승객들의 용기는 진짜입니다. 하지만 그 용기를 테러라는 이름표에 얹어 선거에 쓰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야당도 만만치 않습니다. 베네트 전 총리는 이번에도 시민이 스스로 목숨을 구해야 했다며, 2023년과 똑같은 “안보 실패”라고 공격합니다. 진영은 다르지만 둘 다 원인과 책임, 그러니까 “누구 탓인가”만 이야기합니다.

제가 보는 진짜 문제는 다른 곳에 있습니다.

첫째, 부기장은 어떻게 흉기를 비행기에 들고 탔을까요. 조종사도 승객처럼 보안 검색을 받습니다. 그런데 칼이 조종실까지 들어왔습니다.

둘째, 오만 국적의 조종사가 왜 이스라엘로 가는 비행기를 조종하고 있었을까요. 오만과 이스라엘은 외교 관계가 없습니다. 외교 관계가 없는 나라의 국민을 그 나라로 향하는 비행 조종에 앉히는 일은 흔치 않습니다.

셋째, 그를 뽑을 때 신원 조사는 제대로 됐을까요. UAE 수사팀이 조사하는 항목 중 하나가 바로 이것입니다.

이 질문들은 그가 테러리스트였는지, 아니면 개인적으로 무너진 사람이었는지와 상관없이 똑같이 남습니다. 어느 쪽이든 제도에 구멍이 있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구멍은 더 깊습니다. 항공 보안은 위험이 조종실 바깥, 그러니까 승객들 사이에서 온다고 가정합니다. 그래서 승객은 아주 꼼꼼하게 검사합니다. 반대로 조종실 열쇠를 가진 사람들, 즉 승무원은 믿습니다. 그런데 2015년 독일 저먼윙스 사고가 있었습니다. 부기장이 일부러 비행기를 알프스 산에 떨어뜨려 150명이 죽었습니다. 그 뒤 항공사들은 “조종실에 항상 두 명” 규칙을 만들었습니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밖에 가두고 혼자 사고를 내는 것을 막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규칙은 안에서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공격하는 상황은 막지 못합니다. 이번 사건이 정확히 그 경우였습니다. 게다가 유럽 항공안전청은 2016년부터 이 규칙을 권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이 사건에서 마지막 방어선은 결국, 피투성이가 된 기장이 문을 연 것과 승객들이 뛰어든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제도가 아니라 운과 용기였습니다.

저는 앞으로 몇 년 안에 항공업계가 “안에서 오는 위협”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봅니다. 조종사를 어떻게 검증하고, 정신 건강과 행동을 어떻게 살펴볼 것인지(다만 종교가 깊은 사람을 전부 의심하는 방식은 안 됩니다), 그리고 한 사람이 기체를 마음대로 떨어뜨리지 못하게 조종실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말입니다. 174명이 살아남은 것은 누구도 부정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그날 배운 것은 영웅담이 아니라 잠금장치의 문제입니다.

끝으로 하나만 더. 사건 초기에 보도는 조종사들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국적이라 했다가, 인도와 오만으로 바뀌었습니다. 몇 시간 만에 사실이 바뀐 것입니다. 그런 세상에서 “테러다”라는 이름표가 사건 직후에 붙는 속도를 우리는 조금 의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174명이 살았습니다. 이 한 가지만은 누구도 다투지 않습니다. 하지만 사우디 상공의 그 30초는 우리에게 질문 하나를 남겼습니다. 다음에 열쇠를 쥔 사람이 그 믿음을 저버릴 때, 우리는 잠금장치를 고쳐 둘 것인가. 아니면 또 피투성이가 된 누군가가 문을 열어 주기를 기다릴 것인가. 그날 사람이 마지막 방어선이었습니다. 그 사람들이 유일한 방어선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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