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오의 생각] 기름값과 평화의 환율
미국 콜로라도주 그린우드빌리의 어느 주유소. 10월 1일, 경유(트럭과 농기계가 쓰는 기름) 가격 표시판에 6.28달러라는 숫자가 찍혀 있었다. 갤런당 가격이다. 갤런은 약 3.8리터쯤 된다. 그로부터 여드레 뒤, 10월 9일 금요일에 워싱턴과 모스크바 사이에 전화 한 통이 오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한 뒤, 러시아가 경유를 ‘즉시 풀어놓기로’ 합의했다고 소셜미디어에 적었다. 러시아는 이번 달 30만 톤을 먼저 보내고, 11월에 50만 톤, 그다음 100만 톤, 뒤이어 300만 톤을 더 보내기로 했다. 다 합치면 480만 톤이 넘는다. 미국 재무부는 곧바로 러시아산 경유를 사고팔 수 있게 하는 임시 허가를 내줬다. 기한은 내년 4월 7일까지다. 여기서 한 가지를 짚어야 한다. 경유는 휘발유와 다르다. 휘발유는 내 차를 굴리지만, 경유는 트럭과 농기계, 배와 기차를 굴린다. 그래서 경유 값이 오르면 마트 물건값이 오르고, 농산물 값이 오르고, 택배비도 오른다. 물가가 오르는 것(인플레이션)이 이 연료 하나에서 시작되는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인, 특히 농부와 목장주, 트럭 운전자를 위한 가격 인하가 최우선”이라고 말한 이유가 여기 있다. 올해 2월에 시작된 이란전 이후 미국의 경유 값은 약 70퍼센트 뛰었다. 휘발유보다 경유가 훨씬 심각한 문제였다. 그런데 이 결정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불과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산 석유와 가스를 겨냥한 포괄적 제재(특정 나라와 거래하지 못하게 막는 벌)에 서명했다. 여야가 함께 만든 법이었고, 러시아 은행과 러시아에 대한 새 투자, 그리고 제재를 피해 다니는 ‘그림자 선단’까지 겨냥했다. 목적은 하나였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이어갈 러시아의 돈줄을 끊는 것. 한 달 만에 그 돈줄을 다시 열어준 셈이다. 왜일까. 답은 11월 3일에 있다. 미국은 그날 중간선거(대통령 임기 중간에 치르는 국회의원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