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오의 생각] 국기를 든 청년을 연행한 나라 — 인도 '바퀴벌레당'의 5개월

16일 오후 4시 50분, 인도 델리의 카롤바그라는 동네. 서른한 살 아비지트 딥케가 집을 나서자 경찰이 곧바로 그를 차에 밀어 넣었다. 그는 인도 국기인 삼색기를 펼치고 있었다.

그에게 경찰이 한 말은 이랬다. 국기를 흔드는 건 불법이 아니지만, 허가받지 않은 행진과 군중 집결은 불법이라는 것이다.

이 장면이 지금 인도에서 벌어지는 일의 본질을 정확히 보여준다. 정부는 상징을 금지할 수 없으니 절차를 금지하고, 시민은 절차를 어겼다는 이유로 연행된다.

시위의 이유는 유권자 명부(투표할 수 있는 사람들의 공식 목록)에서 1억 3천만 명의 이름이 지워진 것이다. 일본 인구보다 많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죽은 사람과 이사 간 사람, 그리고 연락이 닿지 않는 사람 3천만 명을 정리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런데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말은 잘못 지워졌을 수 있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선관위는 실수로 지워진 사람은 다시 등록하면 된다고 한다. 다만 그 사실을 증명할 책임은 나라가 아니라 시민 한 사람에게 넘어간다.

정부가 내세운 명분은 '불법 이민자 걸러내기'였다. 그런데 언론 조사단이 선관위가 쓴 컴퓨터 프로그램을 뜯어보니, 외국인이라고 표시하는 칸 자체가 없었다.

잡으려는 대상을 기록할 칸이 없다면 둘 중 하나다. 애초에 그게 목적이 아니었거나, 목적을 나중에 갖다 붙였거나.

여기서 짚을 게 있다. 이 시위를 이끄는 건 정당이 아니라 '바퀴벌레당'이다.

지난 5월 인도 대법원장이 청년들을 바퀴벌레에 비유했다. 그러자 미국에서 공부한 30대 커뮤니케이션 전문가가 '그럼 바퀴벌레가 되겠다'며 온라인 운동을 만들었다.

조롱을 정체성으로 바꾼 것이다. 모욕은 사람을 움츠러들게 하지만, 스스로 고른 이름은 사람을 모은다.

이 운동은 7월에 시험 문제 유출 사태로 교육장관을 사퇴시켰다. 모디 총리가 12년 집권하는 동안 대중 시위로 장관이 물러난 첫 사례다. 이제 그들은 선거관리위원장을 겨눈다.

정부의 답은 단호하다. 국방장관은 청년들이 '무정부 정치의 졸개'로 이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방글라데시식 정권 교체를 노린다는 것이다.

야당은 이 시위를 지지하며 정권 교체를 입에 올린다. 정부와 야당은 싸우는 것처럼 보이지만 전제 하나를 함께 쓴다. 젊은이들의 에너지는 누군가의 도구라는 전제다.

내가 보는 건 반대다. 바퀴벌레당이 어느 쪽 도구도 아니라는 사실이 두 기득권을 동시에 불편하게 만든다. 야당이 오래 해내지 못한 일을 다섯 달 된 운동이 하고 있다.

우리는 이 뉴스를 남의 나라 정치로 흘려보내기 쉽다. 그런데 제도권 밖에서 여론이 조직되는 방식이 실제로 작동한 첫 사례라는 점이 이 사건의 진짜 뉴스다.

값도 치렀다. 지도자는 항공기에서 내리자마자 연행됐고, 도심 통신은 끊겼고, 지하철역은 닫혔다. 경찰은 시위대 2천여 명을 한꺼번에 데려갔다.

위험도 분명하다. 운동이 한 사람의 인기와 SNS 알고리즘에 얹혀 있고, 요구는 위원장 한 명의 사퇴에 묶여 있다. 대법원은 이미 이 명부 정리를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위원장이 사라져도 지워진 이름은 돌아오지 않는다. 그래서 진짜 승부는 사퇴가 아니라, 잘못 지워진 사람이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는 절차를 만드는 데서 갈릴 것이다.

16일 오후 4시 50분, 그가 들고 나온 국기는 그를 연행한 이유가 아니었다. 권력이 두려워한 건 상징이 아니다.

조롱을 정체성으로 바꿔 사람을 모으는 힘이다. 이름을 지우는 권력에게, 스스로 이름을 고른 사람들은 지우기 어려운 상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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