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오의 생각] 시계가 없는 나라
10월 25일 일요일 낮, 베네수엘라 서부 도시 바르키시메토의 교회에 사람들이 모였다. 문을 열고 들어선 여자는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였다. 거의 1년 만에 자기 나라 땅을 밟은 그녀는 휴대전화로 짧게 썼다. "나는 여기 있다. 당신들과 함께."
마차도는 2024년 대선의 유력 후보였지만 마두로 정권이 사기와 탈세 혐의를 걸어 출마를 막았다. 대신 나선 곤살레스 후보가 야권이 공개한 투표록으로 70% 가까이 얻었는데, 선거관리위원회는 마두로의 승리라고 발표했다.
그 뒤 시위가 번지며 사람이 죽었다. 마차도는 그 뒤로 숨어 지내다 지난해 말 노벨평화상을 받으러 국경을 넘었다. 그녀가 없는 사이 나라가 뒤집혔다.
올해 1월 3일 미국 특수부대가 카라카스에 들어와 마두로와 부인을 체포했고, 두 사람은 마약 밀수 혐의로 뉴욕 법정에 섰다. 이틀 뒤 부통령이던 델시 로드리게스가 권한대행(대통령이 없을 때 그 자리를 대신 맡는 사람)이 됐고, 워싱턴은 그녀를 국가원수로 인정하고 제재까지 풀었다.
내가 보는 핵심은 여기다. 베네수엘라에는 지금 대통령이 없다. 그런데 카라카스도 워싱턴도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마두로는 '납치된 대통령'이고, 그래서 대통령 자리는 비어 있지 않다. 자리가 비지 않았으니 선거를 치러야 할 법적 이유도 없다.
대법원은 1월에 로드리게스에게 90일을 줬고, 의회가 승인하면 90일을 더할 수 있게 했다. 의회는 표결하지 않았다. 마두로의 아들이자 여당 의원인 사람은 "여기엔 아무 시계도 돌고 있지 않다"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그 말이 이 나라의 현재를 가장 정확하게 설명한다.
시계가 멈춘 시간이 값을 갖는 이유는 8월 말에 발표된 계약이다. 미국 정부가 석유 회사와 손잡고 세운 회사가 베네수엘라 유전 17곳을 100년 동안 맡기로 했다. 나라 석유 매장량(땅속에 남은 양)의 3분의 1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를 왜 재촉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아직 준비가 안 됐다고 본다"고 답했다.
워싱턴의 순서에도 논리는 있다. 먼저 안정, 다음 경제 회복, 마지막에 선거. 실제로 2월 사면법으로 수백 명이 감옥에서 나왔다. 하지만 인권단체 집계로 10월 현재도 300명 넘는 사람이 정치적 이유로 갇혀 있다. 사면은 진짜였고, 동시에 절반이었다. 그 절반이 "전환은 잘 진행 중"이라는 증거로 쓰인다.
내가 보기엔 마차도가 던진 것은 도덕이 아니라 위험이었다. "대규모 투자의 성공과 안정을 보장하는 유일한 방법은 국민이 뽑은 정부"라고 그녀는 말했다. 계약 기간이 길수록, 서명한 정부가 국민에게 인정받는지가 계약의 값이 된다.
그녀는 그 협상 테이블에 없었다. 9월까지 워싱턴이 부른 상대는 2015년 의회를 이끌던 다른 야권 인사였다. 사흘 전 카라카스에서는 2년 만에 처음으로 전국 시위가 열렸고, 요구는 날짜 하나였다.
그래서 나는 이 귀국을 독재 잔당을 향한 도전이라기보다, 자신을 빼고 짜인 거래를 향한 이의 제기로 본다. 정부는 그녀를 도피자로 규정하고 체포 가능성을 흘려 왔다.
그런데 일요일 아무도 그녀를 건드리지 않았다. 가디언은 이를 두고 워싱턴이 귀국을 승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적었다. 그녀가 지금 안전한 것은 그녀의 힘이 아니라, 그녀를 아직 필요로 하는 쪽이 워싱턴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100년짜리 계약은 선거를 미뤄서 지켜지지 않는다. 서명한 정부가 오래 버틴다고 계약이 안전해지는 게 아니라, 다음 정부와 국민이 그 계약을 인정해야 안전해진다. 그걸 가장 잘 아는 나라가 미국이다. 계약서에 사인할 사람을 고르는 일과 그 사인의 효력을 만들어 주는 일은 다르다. 교회 문을 열고 들어간 일요일, 두 번째 일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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