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오의 생각] 기계가 멈춘 뒤의 30분

10월 28일 아침 8시 반, 마드리드에서 세비야로 남쪽으로 달리던 고속열차 두 대가 같은 선로에서 부딪혔습니다. 앞차는 민영 회사 이리오의 열차, 뒤차는 국영 회사 렌페의 열차였습니다. 두 열차에 타고 있던 수백 명 가운데 68명이 숨졌습니다.

스페인은 유럽에서 고속철 선로가 가장 긴 나라입니다. 사고가 난 마드리드-세비야 노선은 1992년에 깔린, 스페인에서 가장 오래된 고속철입니다. 올해 1월에도 이 나라 고속열차 두 대가 충돌해 46명이 죽었습니다. 9개월 만에 같은 종류의 참사가 다시 났습니다.

보도된 원인은 '컴퓨터 고장'과 '사람의 착오'입니다. 내가 보는 건 그 앞입니다. 68명은 누군가 결정을 내린 그 한순간이 아니라, 그 결정을 미뤄 온 몇 년 동안 죽었습니다.

그날 아침 8시 반, 선로 위 열차의 위치를 읽어 속도를 강제로 조절하는 장치 LZB가 멈췄습니다. 1992년 이 노선과 함께 들어온 독일식 장치입니다. 구간에 있던 여러 편의 열차가 동시에 섰고, 관제는 마드리드의 관제센터로 넘어갔습니다.

몇 분 뒤 관제사는 뒤차 기관사에게 이렇게 지시했습니다. "LZB를 껐다 켜고, 정상 속도로 출발하시오." 앞차는 25킬로미터 앞에 서 있었고, 그 앞에는 빨간 신호가 켜져 있었습니다.

규정은 달랐습니다. 자동 장치가 죽으면 앞이 보이는 대로, 시속 40킬로미터를 넘기지 말고 가야 합니다. 그 속도로 25킬로미터를 가면 30분이 넘게 걸리고, 정상 속도로는 몇 분이면 닿습니다. 규정이 요구한 그 30분이 곧 브레이크였습니다.

5분 뒤 앞차 기관사가 같은 증상을 알려 왔습니다. 이번에는 다른 관제사가 똑같은 문장을 그대로 읽어 줬습니다. 두 사람이 5분 사이에 같은 지시를 했다면, 그건 한 사람의 실수가 아니라 그 방의 방식입니다.

LZB를 끄면 열차는 스스로 서지 않습니다. 빨간 신호도 기관사가 무시하면 그만입니다. 장치가 살아 있을 때는 기계가 마지막에 서 주지만, 그 장치를 끄라고 말하는 순간 마지막 방어선은 사람이 됩니다. 그때 남는 브레이크는 종이에 적힌 규정 하나뿐입니다.

교통장관은 그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고, 물러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조사가 끝나기도 전에 직원의 판단을 먼저 지목했습니다. 관제센터를 운영하는 국영 시설공사 아디프는 바로 그 장관이 관리하는 기관입니다. 개인의 착오로 정리되면 절차는 그대로 남습니다.

진짜 문제는 그 낡은 장치가 왜 아직 거기 있느냐입니다. 아디프는 2020년에 유럽 표준 신호 장치 ERTMS로 바꾸는 공사를 시작했고, 지난해에도 마무리 단계라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현지 보도로는 일정이 두 번 밀렸고, 사고 당시 이 노선은 스페인에서 유일하게 옛 LZB를 쓰는 고속철이었습니다.

같은 기관은 선로 재생 사업의 투자가 "97% 집행됐거나 마무리 단계"라고 홍보해 왔습니다. 다 끝나 간다는 말과 아직 옛 장치로 달린다는 사실은 함께 있을 수 있습니다. 진행률은 공사가 얼마나 나갔는지만 말하고, 현장에 남은 장치의 나이는 말하지 않습니다.

1월 참사 뒤 정부는 유지보수 예산을 크게 늘리고 인력을 채용하겠다고 약속했고, 예고됐던 파업도 그 합의로 멈췄습니다. 조사 당국이 1월 사고에서 지목한 것은 선로의 균열이었습니다. 이번에 무너진 것은 선로가 아니라 관제실의 판단이었습니다.

대응은 늘 직전 사고가 난 자리에 맞춰집니다. 기계가 열차를 세웠고, 사람이 다시 가라고 했습니다. 안전은 그 한마디에 걸려 있었고, 그 한마디를 붙잡아 줄 장치는 예정보다 늦게 오고 있었습니다. 우리 철도도 운영과 시설이 나뉘어 있는 만큼, 이 문장은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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