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오의 생각] 19석을 얻고도 총리를 못 고르는 나라

이스라엘 총선 개표가 끝난 10월 29일, 결과는 무승부였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진영과, 군 최고 지휘관을 지낸 가디 아이젠코트가 이끄는 야권이 둘 다 의회 과반인 61석을 넘지 못했다. 그런데 이 선거의 진짜 승자는 따로 있었다. 아랍계 시민을 대표하는 두 정당이 합쳐 19석을 얻었다. 이 나라 정치 역사에서 아랍계 정당이 얻은 가장 많은 의석이다.

아랍계 시민은 이스라엘 인구의 다섯 명 중 한 명꼴이다. 이 나라가 세워질 때 집을 떠나지 않고 남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후손이고, 스스로를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시민'이라 부른다. 그동안 이들의 투표율은 낮았고, 의석도 인구 비중에 늘 못 미쳤다.

이번에는 달랐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아랍계 유권자의 투표율은 80% 안팎까지 올랐다. 역대 가장 높은 수치다. 가자 전쟁과 극우 연정에 대한 반발이 아랍계 동네 사람들을 투표장으로 밀어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런데 이 19석은 사상 최다이면서 동시에 여전히 적다. 의회 전체 의석의 여섯 자리 중 한 자리에도 못 미친다. 시민 다섯 명 중 한 명이 이만큼 뽑았는데도 대표성은 인구 비중을 따라가지 못한다. 최고 기록을 세우고도 모자란 셈이다.

문제는 이 나라에서 의석이 곧 권력이 아니라는 점이다. 정부를 만들려면 여러 정당이 손잡는 연정(연합 정부)을 짜야 하는데, 아랍계 정당은 그 연정에 들어가지 못한다. 조인트 리스트의 유세프 자바린 대표는 개표 다음 날 통신사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금 상황에서는 이스라엘 정부의 일원이 될 가능성을 보지 않는다. 다만 이 정부를 무너뜨리기 위해 연정 밖에서 대안 정부를 지지할 수는 있다."

반대편도 문을 닫았다. 아이젠코트는 당선 연설에서 "모두에게 병역 의무를 지우는 시온주의 정부"를 만들겠다고 했다. 이스라엘 정치에서 '시온주의 정부'는 대개 아랍계 정당을 뺀 유대계 정당만으로 짜는 연정을 뜻한다. 네타냐후는 선거 내내 "우파 아니면 팔레스타인"이라는 구호를 걸었다. 두 사람 모두 아랍계 표를 세는 데는 쓰지만, 함께 정부를 꾸리는 데는 쓰지 않는다.

그래서 '킹메이커'라는 말은 이번 선거를 잘못 설명한다. 킹메이커는 왕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왕을 만들어 줄 왕이 없다. 19석이 실제로 할 수 있는 일은 누가 총리가 되는 것을 막는 것, 그리고 어느 쪽이든 연정 밖에서 표를 빌려주고 그 값으로 조건을 받는 것이다. 정부를 직접 꾸리는 권한은 그 19석 안에 없다.

내가 보는 건 이 대목이다. 선거는 표를 세는 일이고, 정치는 그 표를 묶는 일이다. 이번 선거에서 아랍계 유권자는 앞의 일을 거의 완벽하게 해냈다. 뒤의 일은 그들의 손이 아니라 다른 정당의 서명에 달려 있다. 문이 법으로 닫힌 건 아니라는 점도 짚어야 한다. 2021년에는 라암이 실제로 연정에 들어가 장관을 냈다. 다만 그 정부도 오래가지 못했고, 이번에는 라암조차 전쟁과 정착촌 문제를 들어 조건이 더 까다로워졌다.

네타냐후 쪽의 대응도 같은 구조의 다른 얼굴이다. 리쿠드당은 결과가 나오자마자 아랍계 정당이 "현금 봉투와 위협, 불법 소프트웨어"로 선거를 훔쳤다고 주장했다. 경찰이 실제로 밝힌 것은 체포된 세 사람과 압수한 현금 봉투였다. 선거관리위원회 간부는 그 사건을 "이례적이지만 고립된 사례"라고 했다. 그 크기의 돈으로 의석이 거의 두 배로 늘어난 이유를 설명하기는 어렵다.

부정선거 주장은 의석을 되돌리지 못한다. 대신 그 표에 의심을 붙인다. 19석이 '훔친 표'가 되면, 그 표와 협상하는 정당은 배신자가 되고 협상을 거부하는 정당은 애국자가 된다. 네타냐후 쪽이 아랍계 정당이 카타르와 터키에서 불법 자금을 받았다고 덧붙인 이유가 여기 있다고 나는 본다. 카타르 외무부는 "터무니없고 위험한 주장"이라며 부인했다.

이번 선거가 바꾼 것은 정부가 아니라 계산이다. 아랍계 유권자는 이 나라 정치에서 빼놓을 수 없는 숫자가 됐고, 어떤 연정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거부권을 손에 넣었다. 하지만 거부권은 권한의 절반이다. 무엇을 막을 수는 있어도 무엇을 만들 수는 없다. 이 나라에서 표의 무게를 정하는 것이 숫자가 아니라 손을 잡는 상대라면, 아랍계 유권자의 승리는 매번 개표일에만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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