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오의 생각] 임시라고 했는데 2030년까지
미국 하원은 연방 국회의원들이 모이는 곳이고, 지금 공화당이 민주당에 네 석 앞서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선거에서 네 석만 뒤집히면 다수당이 바뀝니다. 원래 선거구(국회의원을 뽑는 동네 구역)는 열 해에 한 번, 인구조사를 하고 나서 다시 긋습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미국은 그 규칙을 어기고 아홉 개 주에서 지도를 새로 그렸습니다. 자기 당에 유리하게 선거구를 긋는 일을 게리맨더링이라고 부릅니다.
시작은 텍사스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을 받은 텍사스 주의회가 공화당에 다섯 석을 더 주는 지도를 통과시켰습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불가피한 맞대응"이라며 주민투표를 붙였고, 지난해 11월 65%의 찬성으로 통과했습니다. 11월 3일 중간선거는 그 새 지도로 치르는 첫 선거입니다.
여기서 기사들이 "임시 조치"라고 한 줄로 넘기는 대목이 이 사건의 핵심입니다. 임시는 임시가 아닙니다. 이 지도는 올해와 2028년,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뒤에 치르는 2030년 선거까지 세 번 쓰입니다. 비상사태를 막으려고 만든 지도가 비상사태보다 오래 사는 셈입니다.
값도 남습니다. 캘리포니아는 2010년에 선거구를 정당이 아니라 시민으로 꾸린 독립 위원회가 긋도록 법을 바꿨습니다. 그 위원회는 2030년 인구조사가 끝난 뒤에야 돌아옵니다. 대응은 한 번 했는데, 그 대응의 값은 세 번의 선거 동안 치릅니다.
규모도 기사에 적힌 것보다 큽니다. 아홉 개 주의 새 지도를 다 합치면 공화당에 유리한 쪽이 민주당 쪽의 두 배가 넘어, 순으로는 공화당이 아홉 석 앞섭니다. 캘리포니아의 다섯 석은 민주당이 새로 얻은 몫이 아니라, 텍사스에서 잃을 뻔한 다섯 석을 되돌려받은 몫입니다.
그래서 이번 결과를 두고 "지도가 이겼다"고 말하면 절반만 맞습니다. 선거구를 다시 그으면 표를 바꾸지 않고 표의 값을 바꿉니다. 공화당 텃밭이던 지역이 경합지가 되고, 현역 공화당 의원 두 명이 한 선거구에 묶여 서로 붙는 일까지 생겼습니다. 유권자가 마음을 바꾼 게 아니라, 유권자의 이웃이 바뀐 것입니다.
값을 치르는 사람은 따로 있습니다. 선거구 분석 단체 집계로는 이번에 사는 동네가 다른 선거구로 옮겨진 사람이 미국에서 열 명 중 한 명꼴입니다. 이들에게 투표는 정책을 고르는 일이면서, 내가 누구를 뽑는지 다시 확인하는 일이 됩니다. 내가 이 대목을 무겁게 보는 이유는, 이 사람들이 이번 선거에서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내가 보는 건 이겁니다. 맞대응은 대칭이 아닙니다. 텍사스는 지도만 바꿨지만, 캘리포니아는 지도를 바꾸면서 자기가 만든 심판을 껐습니다. 위원회가 돌아오는 2030년까지, 캘리포니아 유권자는 심판 없는 선거를 세 번 치릅니다.
11월 3일 밤이 지나면 의석 숫자는 바뀝니다. 바뀌지 않는 게 둘 있습니다. 새로 그은 지도와, 유권자가 스스로 끈 심판입니다.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