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오의 생각] 배가 줄어든 자리에 남은 숫자
10월 31일 새벽 5시 반, 네덜란드 남서부 질란트주 해안 마을 브레스컨스 앞바다입니다. 해안경비대가 레이더 화면에서 작은 점 하나를 잡았습니다. 가까이 가 보니 사람이 겹겹이 붙어 앉은 작은 고무보트였고, 그 안에 38명이 있었습니다. 배에는 엔진이 없었습니다. 조종이 되지 않는 채로 바다를 떠돌고 있었고, 구명조끼를 입은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38명 가운데 36명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온 남성이었고, 나머지 두 명은 수단 출신으로 사람을 밀수한 혐의로 체포됐습니다. 처음 듣는 사건이니 맥락부터 놓겠습니다. 영국과 프랑스 사이의 좁은 바다를 작은 고무보트로 건너려는 사람들이 오래전부터 있었고, 그 좌석을 팔아 돈을 버는 조직이 있습니다. 확인된 바로는 네덜란드 해안에서 이런 배가 발견된 것이 이번이 처음입니다. 영국으로 가려던 배였는지, 네덜란드에서 난민 신청을 하려던 배였는지도 아직 모릅니다. 보도는 대개 여기서 멈춥니다. 구조했고, 출발지와 목적지는 모르고, 조사를 시작했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가장 무서운 숫자는 38이 아닙니다. 같은 시기의 다른 통계를 나란히 놓으면 그림이 달라집니다. 내가 보는 건 이겁니다. 유럽은 바다로 나가는 배의 수를 줄이는 데 성공했고, 그 성공이 남은 배 한 척의 위험을 키웠습니다. 이 배는 그 맞바꿈이 만든 결과물입니다. 유럽연합 국경관리청 프롱텍스에 따르면 올해 영국 쪽으로 건너려는 시도는 지난해보다 43% 줄었습니다. 프랑스 해안 단속이 세진 결과라고 당국은 봅니다. 그런데 같은 기간에 고무보트 한 척에 230명이 타고 영국에 닿은 기록이 나왔습니다.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많습니다. 배가 줄면 남은 배에 사람이 몰립니다. 배를 띄우는 쪽은 같은 위험을 감수하고 좌석을 더 많이 팔 수 있으니 남는 장사이고, 타는 쪽은 고를 게 없습니다. 구명조끼도 예비 엔진도 없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원가를 깎을수록 이기는 사업입니다. 잡히는 사람의 자리도 어긋나 있습니다. 유럽의회 연구보고서는 이런 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