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오의 생각] 배럴당 21달러, 심사받지 않은 청구서

11월 5일 오전, 브렌트유(세계 원유값의 기준이 되는 기름) 값이 93.82달러까지 내려섰다. 이틀 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원과 하원을 모두 가져갔다. 미국 부통령 밴스는 그 패배의 원인으로 이란 전쟁을 지목했다.

전쟁은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하면서 시작됐다. 이란은 곧 호르무즈 해협(페르시아만 입구의 좁은 바닷길)을 막았다. 그 길로 다니던 원유 수송이 끊기자 미국의 주유소 값과 장바구니 물가가 함께 올랐다.

원유 공급이 늘었다는 보도는 그날 없었다. 새 의회가 공습을 줄 것이라는 기대만으로 배럴당 21달러가 빠졌다. 시장이 값을 매긴 것은 기름의 양이 아니라 대통령의 다음 결정이었다. 이 계산이 틀렸다면 전쟁과 물가를 잇는 연결선 자체가 사라진다.

밴스가 말한 전쟁 비용은 470억 달러다. 의회가 심의하고 예산서에 적는 숫자다. 그런데 주유소 값에 얹혀 있던 전쟁값은 그 장부에 없다. 115달러에서 93.82달러로, 배럴당 21달러가 그 돈이다.

값이 공급보다 결정을 재고 있었다는 증거는 여럿 남아 있다. 8월 초 협상이 진전됐다는 발표만으로 유가는 80달러 아래로 내려갔다. 몇 주 뒤 미국 정부는 호르무즈 통행량이 예전의 3분의 2까지 회복됐다고 밝혔다. 그 발표 뒤에도 값은 107달러였다.

미국과 이란이 전쟁을 끝낼 길을 찾는 협상에서 밴스는 미국 쪽 담당자다. 행정부 안에서 가장 온건한 목소리였다고 보도들은 전한다. 그런데 그가 남긴 글은 "그만한 값을 치를 만한 일이었는지 논쟁하라"는 권유다. 2월의 공습에 그가 어떤 조언을 했는지는 그 글에도 이번 보도에도 없다.

밴스는 2028년 대선을 노리는 후보다. 그가 인용한 여론조사는 유권자의 요구를 네 가지로 정리한다. 이 목록은 그가 앞으로 2년간 팔아야 할 공약이기도 하다. 전쟁을 끝내고, 물가를 잡고, "미국 우선"으로 돌아가고,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바꾸라는 것이다.

새 의회가 전쟁을 멈추면 기름값은 더 내려갈 수 있다. 다만 의회가 예산을 묶어도 값이 정해지지는 않는다. 대통령이 다음에 무엇을 할지가 값을 정한다. 93.82달러는 공습이 줄 것이라는 기대에 붙은 값이다.

전쟁의 값은 이제 두 곳에서 매겨진다. 원유 시장과 투표소다. 공습을 결정한 대통령은 며칠 안에 주유소 가격으로, 몇 달 안에 선거로 청구서를 받는다.

470억 달러는 의회 심의를 거친다. 배럴당 21달러는 심의를 거치지 않았다. 대신 유권자가 심사했고, 지난 화요일에 답을 냈다. 다음 전쟁도 같은 방식으로 심사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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