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오의 생각] 규정집에 없는 숫자, 5분

11월 2일 밤,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의 축구장에서 공 하나를 두고 두 선수가 부딪쳤습니다. 스페인 2부 리그 테네리페의 공격수 헤수스 데 미겔이 상대 골키퍼 헤수스 오워노의 무릎에 가슴을 정통으로 맞고 쓰러졌습니다. 그는 다음 날 아침 병원에서 숨졌습니다.

평범한 리그 경기의 추가시간이었습니다. 그를 위해 구급차 한 대가 경기장 밖 도로에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의료진이 부르지 않아 그 차는 그라운드로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유럽 신문의 보도는 지금 애도로 채워져 있습니다. 골키퍼 오워노는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날들"이라며 성명을 냈고, 유럽 대회 경기장마다 묵념이 있었습니다.

골키퍼도 피해자라는 말은 맞습니다. 다만 이 죽음에서 실제로 답해야 할 것은 하나입니다. 심장이 멈춘 순간부터 전기충격이 들어간 순간까지 걸린 시간입니다.

영국 방송이 전한 기사에는 그 시간이 없습니다. 경찰이 사망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는 사실도 없습니다. 자연사가 아닌 모든 죽음에 자동으로 붙는 절차이고, 검찰은 형사 사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다고 봅니다.

그 수사가 들여다보는 것은 골키퍼의 충돌만이 아닙니다. 선수가 쓰러진 뒤 그라운드에서 무엇을 했고, 언제 심장이 멈춘 것을 알아챘고, 언제 전기충격을 줬는지입니다.

확인된 것부터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의료진은 그가 쓰러진 지 20초 만에 곁에 닿았고, 들것은 1분 안에 나왔습니다. 그러나 그는 그라운드에 누운 채 5분가량을 보냈습니다. 가슴압박(심장 대신 피를 돌게 하는 손동작)이 경기장에서 시작됐는지 구급차 안에서 시작됐는지, 제세동기(전기충격으로 멈춘 심장을 되살리는 기계)를 썼는지조차 보도가 엇갈립니다.

그 5분이 결정적인 이유는 심장이 멈추는 방식에 있습니다. 가슴에 받은 충격이 심장 박동 주기의 아주 짧은 순간과 겹치면, 건강한 심장도 그 자리에서 멈춥니다. 스페인 심장 전문의들은 이번 충격이 그런 경우였을 가능성을 말하면서, 멈춘 심장에 2~3분 안에 압박과 전기충격이 시작되면 병원까지 살아서 갈 확률이 80%를 넘는다고 설명합니다. 1분이 지날 때마다 그 확률은 떨어집니다.

스페인 축구협회 규정은 홈팀에 의사 한 명과 제세동기를 갖춘 구급차를 요구합니다. 무엇을 갖출지는 정합니다. 몇 초 안에 환자에게 닿아야 하는지는 정하지 않습니다. 2024년에 만든 응급 프로토콜도 관중석의 관중을 구하기 위한 것이었고, 그라운드에 쓰러진 선수를 위한 순서는 따로 정해 두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 사건은 이상한 자리에 놓였습니다. 현장을 지켜본 응급의학 전문가들은 대체로 절차가 지켜졌다고 말합니다. 부검에서 원래 심장 질환이 나오면 제세동기로도 결과가 달라지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규정을 어긴 사람이 없다는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데도 모두가 같은 5분을 두고 다투고 있습니다.

규정을 지켰는데도 사람이 죽을 수 있다면, 그 규정은 지킬 것이 아니라 고칠 것입니다. 축구는 잔디 길이와 골대 크기, 유니폼 색까지 정합니다. 정작 사람의 목숨을 가르는 시간은 숫자로 정해 두지 않았습니다. "제세동기를 갖춘다"는 조건과 "3분 안에 전기충격을 준다"는 조건은 전혀 다른 규정입니다.

오워노는 성명에서 "앞으로 다뤄야 할 문제가 많다는 것을 안다"고 썼습니다. 골키퍼가 마주할 문제의 첫 번째는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 시계여야 합니다.

애도가 끝나고 수사가 마무리되면 남는 것은 다음 선수를 살릴 숫자 하나입니다. 축구가 잔디 길이를 재듯, 심장이 멈춘 뒤의 시간도 재야 합니다. 그 숫자가 규정집에 들어가기 전까지 이 죽음은 사고로만 남고 기준이 되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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