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오의 생각] 냉동고를 고치는 값은 누가 내는가

11월 2일 새벽 1시, 벨기에의 냉장 설비 기사들에게 전화가 걸려 오기 시작했습니다. 슈퍼마켓 냉동고 온도가 마음대로 올라간다는 신호였습니다. 기사들은 밤새 매장을 돌며 문제가 생긴 냉장고를 인터넷 연결에서 하나씩 떼어냈습니다.

고장이 아니었습니다. 냉동고마다 온도를 맞추는 작은 컴퓨터가 붙어 있고, 그 컴퓨터가 인터넷에 연결돼 있습니다. 누군가 그 컴퓨터에 들어가 성에를 녹이는 기능(제상)을 계속 켜 두자, 영하로 얼려 두던 칸이 50도까지 올라갔습니다. 벨기에의 큰 슈퍼마켓 체인 델하이즈를 비롯해 유럽 여러 나라 매장에서 음식이 버려졌습니다.

처음 있는 일도 아닙니다. 3주 전 프랑스에서 같은 방식으로 700곳 가까운 슈퍼마켓이 당했고, 매장 하나가 하루아침에 수천만 원어치 음식을 버렸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범인은 모릅니다. 벨기에 연방검찰은 수사를 열었지만, 벨기에 사이버안보센터는 범인을 끝내 밝히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내가 보는 핵심은 범인이 아닙니다. 고치는 값을 누가 내느냐입니다. 같은 공격이 이렇게 짧은 사이에 되풀이된 이유는 해커가 대단해서가 아니라, 고치는 일이 프로그램을 한 번 내려받는 것으로 끝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델하이즈의 냉장 설비를 맡는 업체 대표는 프로그램만 새로 깔아서는 안 되고 기계 자체를 손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렇게 하려면 돈이 듭니다. 냉장고마다 사람이 찾아가 손을 대야 하니, 매장 수만큼 비용이 붙는 일입니다.

제어기를 만든 덴마크 회사는 오래된 모델이라 보안 업데이트가 끊겼다고 했고, 새 모델로 바꾸라고 오래전부터 권해 왔다고 합니다. 그 말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다만 권한 일과 값을 댄 일은 다릅니다.

설비 업체 대표의 말에는 작은 단서가 하나 남아 있습니다. 프랑스 사건 뒤에 고객 대부분이 안전한 연결 방식으로 바꿨다고 했습니다. 대부분이라는 말은, 바꾸지 않은 쪽이 남아 있었다는 뜻입니다.

공격은 거의 공짜입니다. 프랑스 정보기관 수장은 의회에서 뚫린 이유가 어려운 기술이 아니라 허술한 비밀번호였다고 말했습니다. 반대로 방어는 냉장고마다 돈이 붙습니다. 이번에 당한 곳도 대형마트보다 편의점형 소형 매장과 주유소 가게, 동네 슈퍼 쪽이었습니다.

물론 설비 회사만 탓할 일은 아닙니다. 경고는 있었고, 큰 체인은 이미 바꿨습니다. 문제는 그 결정이 매장 하나하나의 형편에 맡겨졌다는 점입니다.

값싼 공격과 비싼 방어 사이에서, 방어의 값을 낼 사람을 정해 두지 않으면 같은 일은 다음에도 가장 작은 가게부터 다시 옵니다. 범인을 못 잡는 동안 청구서는 매번 그 가게 앞으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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