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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오의 생각] 7억 유로를 들인 선로에 남은 1992년 장치

11월 6일, 유럽검찰청(EPPO) 수사관들이 마드리드의 스페인 철도 공사 사무실에 들어갔다. 지난달 28일 이 나라 중부 우르다에서 고속열차 두 대가 부딪쳐 69명이 숨졌다. 검찰이 들여다보는 것은 사고의 원인이 아니라 이 선로에 들어간 유럽 자금이다. 그 자금은 이 선로의 안전·신호·통신 설비를 고치는 데 배정된 돈이다. 그 돈이 사려던 신호 설비는 아직 바뀌지 않았다. 문제의 설비는 LZB라는 신호 장치다. 앞차와 뒷차가 같은 구간에 동시에 들어가지 않도록 거리와 속도를 알려 주는 장치다. 이 선로가 문을 연 1992년부터 쓰고 있다. 유럽 표준 장치로 바꾸는 계약은 5년 전에 맺었고, 원래 올해 초에 끝났어야 했다. 완공은 내년으로 밀렸다. 스페인 정부는 이 선로에 7억 유로를 들여 '종합 개보수'를 했다고 밝혔다. 그 돈과 유럽 자금이 같은 돈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그사이 LZB는 올해만 170번 멈췄다. 거의 이틀에 한 번꼴이다. 사고가 난 구간에서만 13번 멈췄고, 마지막 고장은 사고 2주 전이었다. 10월 28일 아침에도 신호가 꺼지자 구간에 있던 열차들이 멈춰 섰다. 관제사는 규정과 다르게 한 열차에 정상 속도로 달리라고 지시했다. 그 열차가 앞서 서 있던 열차를 뒤에서 들이받았다. 교통장관은 엿새 뒤 사퇴했다. 같은 선로에서 1월에도 46명이 죽었다. 레일이 부러진 것이 원인이었는데, 신호 시스템은 이상을 감지하고도 경보를 울리지 않았다. 두 사고 사이 아홉 달 동안 LZB를 대신할 새 장치는 시험대에 머물렀다. 고속철 시장을 여러 회사에 열자 이용객이 두 배로 늘었다. 전문가와 노조는 그동안 유지보수 인력과 투자는 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열차가 늘면 선로가 닳는 속도도 빨라진다. 유럽 검찰이 보는 것은 부정이 있었는지다. 검찰은 그 부정이 사고를 불렀다고 말하지 않았다. 사고 조사는 레일과 기관사와 관제 기록을 보고, 검찰은 장부를 본다. 이 선로를 둘러싼 유럽 검찰의 수사는 올해 두 번째다. 돈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