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오의 생각] 열두 구가 뉴스가 된 75일 — 같은 시간에 죽은 470명

9월 26일 토요일부터 28일 월요일 아침 사이. 요하네스버그(남아프리카공화국 최대 도시) 동쪽에 있는 에쿠룰레니라는 지역에서 여성 시신 세 구가 더 발견됐다. 7월 15일에 첫 시신이 나온 뒤 두 달 남짓 만에 열두 구다. 경찰은 "연쇄살인범의 소행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 열두 구를 하나씩 펼쳐 보면, 이야기가 조금 이상해진다.

첫 번째는 부시시웨 말랑구, 서른일곱 살. 7월 15일 켐프턴파크에서 알몸인 채, 손목이 케이블타이(전선을 묶는 플라스틱 끈)로 묶여 발견됐다. 경찰은 이틀 만에 그녀의 남자친구로 보이는 남자를 붙잡았다. 그 남자는 뒤이은 다른 죽음들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왔다.

아홉 번째는 자불릴레 늠바. 경찰은 이 죽음이 관계 문제, 이른바 '사랑 싸움'에서 비롯된 것으로 본다. 여성 두 명이 미리 꾸민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함께 붙잡혔던 남성 한 명은 증거가 모자라 풀려났다.

열 번째는 음톰비푸티 은수말로. 템비사라는 동네 묘지에서 옷이 벗겨진 채 머리에 심한 상처를 입고 쓰러져 있었다. 시신 옆에는 돌들이 놓여 있었다. 경찰은 돌로 맞아 숨졌을 가능성을 본다. 하루 뒤 다른 지역으로 달아난 서른여섯 살 남성이 붙잡혔다.

열두 번째는 스물세 살 여성. 출근길에 총에 맞아 죽었다. 가방과 소지품도 빼앗겼다. 강도 사건이다.

즉 열두 구 가운데 적어도 네 건은 서로 다른 종류의 범죄다. 남자친구가 죽인 사건, 관계 다툼 끝에 벌어진 사건, 돌로 맞아 죽은 사건, 돈을 빼앗으려다 쏜 사건. 이걸 하나로 묶어 '연쇄살인범'이라고 부르는 순간, 정작 중요한 사실이 가려진다.

가려지는 사실은 이렇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4월부터 6월까지 석 달 동안 여성 569명이 살해됐다. 하루에 여섯 명꼴이다. 이 나라에서 같은 기간에 죽은 사람은 모두 5,427명이다. 여성 569명은 그중 일부다. 그리고 하루 여섯 명이라는 속도는 에쿠룰레니에서만 나오는 숫자가 아니다. 전국 어디서나 나오는 숫자다.

첫 시신이 나온 7월 15일부터 열두 번째 시신이 나온 9월 28일까지는 75일이다. 하루 6.25명이라는 계산을 그대로 대입하면, 그 75일 동안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약 470명의 여성이 죽었다. 그중 열두 명이 뉴스가 됐다. 나머지 450여 명은 뉴스가 되지 않았다.

왜 열두 명만 뉴스가 됐을까. 그들이 특별히 더 아팠기 때문이 아니다. 시신이 한 지역에 몰려서 나왔기 때문이다. 사람은 흩어진 죽음에는 익숙해지지만, 모여 있는 죽음 앞에서는 공포를 느낀다. 에쿠룰레니는 특별히 위험한 동네가 아니라, 우연히 눈에 띈 동네다. 눈에 띄지 않은 동네에서는 같은 일이 같은 속도로 계속되고 있다.

여기서 두 번째로 짚을 것이 있다. 사람들은 '연쇄살인범'이라는 말을 들으면, 어둠 속에서 낯선 사람을 노리는 괴물을 떠올린다. 그런데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여성을 죽이는 사람은 대부분 낯선 사람이 아니다. 남아프리카 의학연구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2021년과 2022년에 살해된 여성의 60퍼센트 이상이 함께 살던 남자친구나 남편에게 죽었다. 다른 연구기관(ISS)은 그 비율을 71퍼센트로 본다. 열 명 중 일곱 명은 사랑한다고 말하던 사람에게 죽는다.

그러니 이 사건의 진짜 무게는 '누가 연쇄살인범인가'에 있지 않다. 낯선 괴물을 잡아도, 다음 달 하루 여섯 명은 그대로 죽는다. 그 여섯 명의 절반 이상은 집 안에서 죽는다.

정부도 이 사실을 모르는 게 아니었다. 2025년 11월, 남아프리카공화국 정부는 여성 폭력을 '국가 재난'으로 분류했다. 그 직전에 여성 단체가 서명 110만 명을 모았고, 세계 주요국 정상이 모이는 회의(G20)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리고 있었다.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발표했다.

그런데 여기엔 익숙한 속임수가 하나 숨어 있다. 재난을 '선포'하면 정부가 특별한 권한을 얻고 돈을 급히 풀 수 있다. 반면 재난으로 '분류'만 하면 기존 제도 안에서 하던 일을 조금 더 열심히 하는 것에 그친다. 정부는 가장 강한 말('국가 재난')을 쓰면서, 가장 약한 도구를 골랐다. 말은 최대치, 권한은 최소치다. 시민단체 연구자는 "선언은 변화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돈이 도달하지 못한다는 증거도 있다. 여성 보호시설에 내려간 예산 중 가우텡주(에쿠룰레니가 속한 주)에서만 수억 랜드가 쓰이지 못하고 남았다. 필요가 없어서가 아니다. 시설은 정원을 넘겨 돌아가고 있었는데, 예산을 집행하는 규칙이 까다로워 보호시설까지 돈이 가지 못했다. 돈은 남고, 자리는 없고, 여성들은 전화번호 목록만 받고 돌아섰다.

수사 능력도 비슷하다. 남아프리카공화국 경찰의 살인 사건 해결률은 10퍼센트 남짓이다. 열 건 중 아홉 건은 범인을 찾지 못한다. 경찰은 범죄 통계를 성별로 나눠 발표하지도 않는다. 여성 단체가 이 점을 문제 삼는 이유는 분명하다. 숫자를 세지 않으면, 늘어나는지 줄어드는지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켐프턴파크에서는 올해 1월 이후 여성 17명이 실종 신고됐다. 13명은 집으로 돌아왔고, 나머지 네 명의 상태는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 열두 구의 시신은 그렇게 '나중에' 발견된 사람들이다.

이번 사건을 둘러싼 보도도 두 갈래로 갈린다. 영미권 매체와 한국 일부 매체는 '연쇄살인 공포'를 앞세운다. 피해자의 옷 상태, 시신이 놓인 장소 같은 자극적인 장면이 제목에 먼저 온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자국 매체들은 정부가 왜 실패했는지를 앞세운다. 예산, 수사, 보호시설, 데이터. 두 갈래는 서로 다른 곳을 본다.

그런데 두 갈래가 공통으로 지우는 것이 있다. 죽이는 사람이 대부분 남편이나 남자친구라는 사실이다. 연쇄살인범 이야기는 읽는 사람에게 '이건 희귀한 괴물의 짓'이라는 위안을 준다. 정부 실패 이야기는 '정부만 바뀌면 된다'는 위안을 준다. 둘 다 편하다. 불편한 진실은 그 옆에 있다. 여성을 죽이는 폭력은 특별한 범죄가 아니라 일상이 되었고, 그 일상을 만드는 사람들은 이웃이고 가족이고 배우자라는 것.

9월 29일 밤, 대통령이 국민에게 연설했다. "우리가 해온 일은 충분하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그리고 일곱 해 전 같은 달에 같은 자리에서 같은 이야기를 했다는 사실도 말했다. "희생자들의 이름은 새롭지만, 범죄는 새롭지 않다." 경찰에는 60일에서 90일 사이의 기한이 붙은 네 가지 조치가 내려졌다. 묻힌 사건을 다시 파는 작업, 지방 정부가 가로등과 감시 카메라를 점검하는 일, 술과 관련된 폭력에 손대는 일 같은 것들이다.

가로등이다. 이것이 이번 사건에서 가장 정직한 단어일지도 모른다. 여성을 죽이는 거대한 구조를 한 번에 고칠 수는 없다. 하지만 어두운 골목의 가로등을 켜고, 신고를 접수한 경찰서가 다음 날에도 그 신고를 기억하게 만들고, 보호시설 문 앞에서 "자리가 없다"는 말 대신 문을 열어 주는 일은 오늘 할 수 있다. 그 작은 일들이 75일 동안 470명을 살리는 일과 같은 일이다.

7월 15일, 알몸으로 발견된 서른일곱 살 여성. 9월 28일, 출근하다 총에 맞은 스물세 살 여성. 그 사이 75일 동안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죽은 여성은 약 470명이다. 우리가 이름을 아는 사람은 열둘이다. 이름을 모르는 458명에 대해서는, 우리는 아직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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