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오의 생각] 이틀 만에 끝난 정치, 한도 밖에 남은 8억 달러

11월 4일 아침, 파라과이 수도 아순시온의 우에노 은행 창구 앞에 사람들이 길게 늘어섰다. 전날 중앙은행이 이 디지털 은행(지점 없이 앱으로만 거래하는 은행)의 영업을 멈추라고 명령하자, 성인 인구의 60%인 290만 명의 계좌가 한꺼번에 잠겼다. 이 나라 대통령 산티아고 페냐가 이 은행을 정치적으로 밀어줬다는 혐의로 조사를 받는 중이었고, 의회는 곧바로 그를 파면한 뒤 가택연금시켰다.

대통령은 이틀 만에 자리에서 내려왔다. 그런데 그 은행에 묶인 공적 자금 8억 달러를 누가 메우는지는 아직 아무도 답하지 않았다. 중앙은행이 내놓은 안심은 고객 97%가 보증된다는 말이었고, 그 숫자는 사람을 셌다.

보증 한도는 한 사람당 3만 8천 달러이고, 우에노 고객 대부분은 이 선 안에 있어 구제를 받는다. 문제는 돈의 무게가 사람 수에 비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에노가 스스로 밝힌 예금의 큰 몫인 8억 달러는 연금 기금과 국영 수력발전소 운영사의 돈이었다.

중앙은행은 소액 예금자에게만 돈을 돌려주기 시작했다. 한도까지의 돈도 아직 다 돌아오지 않았고, 한도 위의 예금을 전액 돌려준다는 약속은 아예 없다. 보증은 작은 예금자를 지키는 장치이지, 큰 돈을 지키는 장치가 아니다. 그 선을 넘는 순간 은행 하나의 부실이 연금 전체의 부실로 번진다.

이 은행은 2023년 말에야 은행 면허를 받았다. 그 면허를 내준 중앙은행 총재 카를로스 카르바요는 몇 달 전까지 우에노은행을 이끌던 사람이었다. 자기가 운영하던 회사의 감독자가 되어 면허를 내준 셈이고, 페냐는 지난해까지 이 은행 지주회사의 주주였다.

부실은 장부를 바로잡으면서 드러났다. 은행은 주인과 연결된 회사에 서류가 부실한 대출을 해주고, 쓴 비용을 자산으로 계상했다. 장부를 고치자 건전성 비율(자본이 손실을 견디는 힘)이 법정 최소치의 절반 아래로 떨어졌고, 중앙은행은 그때 은행 영업을 멈췄다.

우에노 고객 대부분의 계좌는 여전히 잠겨 있다. 그 은행에서 공적연금을 받던 3만여 명은 이번 달 연금을 받지 못했고, 은행 직원들도 월급이 끊겼다. 파면과 가택연금은 끝났지만, 이 사람들의 돈을 돌려줄 일정표는 아직 없다.

우에노의 앱은 꺼졌고, 대통령은 집에 있다. 그 은행에 묶인 공적 자금이 다 돌아오지 않으면, 그 빈자리를 메우는 사람은 연금을 받는 사람과 세금을 내는 사람이다.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한컴 한글 문서 작성 시 곧은 따옴표 고정하기

윈도우 부팅시 크롬을 전체 화면으로 자동 실행하는 방법